주초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문의가 유독 많아진 이유가 뭘까?
실제 진료실은 조용하건만, 전화 상담이 계속 된다
무슨 일이 있던걸까?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고 있다.
페스트 속 의사, 리유는 전적으로 자신을 포기하고 무언가를 믿는 이는 없음을 말하며
'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어 해결되어질 수 있다면 자기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보면 카뮈가 말한 이방인의 뫼르소 마냥
칼에 비친 강렬한 햇살에 이끌려 살인을 하던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유?
사실, 우리의 삶 속 행위들엔 이유가 없는 것들이 더 많지 않을까?
지난 주엔 친구의 소개로 한 건강보조제를 판매한다는 사람이 진료실을 찾았다
요즘 유행하는 영양제로 TV에서 한 의료인이 광고도 하고 있다며,
고지혈증에 대한 도움의 칼럼을 써줄 수 있겠느냐는 말에
친구가 소개하며 전화상으로 하던 말이 떠올라 헛웃음만 나와
앞에 오신 분이 아마도 나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을 듯도 싶다.
친구는 소개를 너무도 진지하게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전화연결하고,
시간 약속을 잡게까지는 해 줬지만,
아마도 늬 성격과 좀 많이 안맞을 성 싶다는 말을 뒤에 덛붙였었다
나와 안맞는다
내 성격?
나도 잘 모르는 것을 내 친구는 아나보다
유명하다는 거
TV에서 했는데 틀린 말이겠느냐는 논리가 맞는 걸까?
해당 분야의 전문의들에 의한 광고는 아직 보지 못했던 듯 싶다.
알면 아마도 더 하기 힘든게 어쩌면 말일지도
한 때 병원 직원으로 있던 한 친구가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이 우선이고,
그 면역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선생님의 추천서를 부탁한다고도 했었던 것을 보면,
페스트 속 다양한 사람들은 너무 순진하게 그려져 있는 듯
이방인 속 뫼르소의 감정에 대한 그 지겨운 문장들이 오히려 더 솔직한게 다가온다
믿음에 대한 강요
구원을 해 주겠다는 말 속에도 오히려 그 자신은 들어가 있지 못했던
이방인 뫼르소가 대면한 자신의 죽음도
스스로의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내려진 결정
어제는 송도에서의 세미나 후 점심을 전후해서 아내와 영종도로 건너가
다행히도 다니던 카페가 남아 있어
앉아 빵과 커피, 그리고 책을 읽으며 창 밖의 바다를 보았다
카페안의 냉방 때문일까?
창문을 여니 종업원이 다가와 닫아 줄 것을 부탁한다
에어컨 바람보다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창밖 바람이 더 시원한 것을
이미 시원해진 인위적 온도에 다들 익숙해져 버렸나보다
창밖 눈이 시린 하늘 위로 갈매기들이 날라다닌다
삼십년 넘게 운영하여오던 병원을 닫고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선배와
내일은 술 한잔 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조용한 진료실을 지키며 맘 조리지 않아
오히려 속 편하다는 말 속에 전화기 저 편에서 전해오는 쓸쓸함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세상
나 또한 내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 세상 속 이방인의 하나인 듯
퇴근후 옥상에 앉아 맥주나 한 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