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가장 부러운 시인이자 작가 이 병률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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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가장 부러운 시인이자 작가 이 병률


음악

베토벤, 모자르트, 바하를 논해야 멋인 줄 알았던

어설픈 젊은 시절


음악다방의 뮤직박스안에 내용도 모르고, 제대로 알아 내용도 모르던

외국곡을 신청했었지만, 스페링은 맞았었을까?


호프집

아니, 그 때는 떡볶이집에도 뮤직박스가 있던 시절

도끼빗 뒷주머니에 꽂은게 멋인줄 알았던 DJ의 어설픈 영어멘트였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노래의 가사가 맘속에 들어오면 그게 바로 나이야

친구가 옛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되새김질하듯 말한다


'............

당신의 고운 눈매에 할말을 잊었지만은

냉정히 돌아선 무정한 사람은 눈물을 모르겠지요

말 물니 막혀서인지 ~~~

..........'


술 자리 한 친구가 취기에 읍조리듯 흥얼거리니,

이어 또 한 친구가 받아 부른다


'사랑의 기로에 서서

슬픔을 갖지 말아요

어차피 헤어져야 할거면

미련을 두지 말아요~~~

...........'


대학시절의 노래였건만, 나이들어 그 가사들도 잊지 않았았을까?

자리한 네명이 같이 읍조린다

마치 시를 읇듯이 노래속에 한 숨이 베여나오면서 작게 입술을 들썩인다


어쩌다 조기 퇴직자에게 명예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몇년전 평생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친구하나

자주 함께 하였건만, 뭐가 바쁜지 먼저 긴 잠에 든 친구의 생일이라 모인

오십중반을 넘어서가는 네명이 웬지 초라해 보이는 자리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하던 시절엔 몰랐었는데,

클레식이나 칸트, 부조리극을 보고, 읽지도 않는 타임지를 손에 쥐고 다니던

누군가를 비웃으며 안주삼던 어줍잖던 젊은 시절


작던 크던 사회의 문제에 흥분하며 그렇게 시간이 되다보니

어느 덧 머리들이 허예지고, 배들이 나온 아저씨들이 되어 있구만


글은 오늘 나를 말해준다했던가?

넉두리가 되버렸다.


책에 대해 읽고 논하고 싶었건만

맘이 편하지 않을 때는 지난 시절의 어느 때인가의 책을 찾아 다시 읽는다

요즘은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와 삼국지를 같이 읽고 있다.

시지프스의 신화는 정리가 어렵다.

삼국지는 글이 너무 길어질 성 싶다.


맘이 더 좀 무거워져 버린 오늘 아침의 시작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 했었던가?


오늘은 이병률의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를 잡고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오고가며 읽고 있다


이 병률

그에겐 또 그나름의 아픔과 힘듬이 있겠지만,

그래도 곁으로 보는 이 시대의 가장 부러운 자의 한 사람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고, 그리고 제주도에서 사는 사람 이병률


우선 글로 먹고 살 수 있고,

여행을 떠날 용기를 가지고 있음을 부러워한다


'책을 펼치는데 작은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 죽었다

검은 글자 사이에서 검은 글자가 되었다'

이 병률의 시 '문장'


오늘 나도

나를 스스로 눌러 죽였다

내 삶이란 일기장속 검은 볼펜, 만년필, 연필속에 검은 색 하나를 더했다


'점 하나를 잘 써야 하겠기에

인생의 어느 한군데에

점 하나를 찍어야 했으나

그 자리가 어디인지를 몰라

한 동안 들고 있었다


점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한 죄로

큰 돌 하나를 들고 있으라 하여서

얼마나 들고 있어야 하는지를 몰라

오래 들고 있었다'

이 병률의 '사랑'


내려놔야하는데, 어디다 내려놔야할까?

나도 모르게 너무 오래 들고 있던게 있었던 듯 싶다

이미 내게 아닌 데 버리면 그만일까?

그래도, 한 때나마 들고 있던 것이니 조심히 어딘가 내려놓을 곳을 찾아야할까?


'옥수수 수염 숫자만큼

옥수수 알갱이가 열린다는 사실


수염 없이는

알알이 옥수수가 맺치지 않는다는 사실


나에게 관 하나가 꽂힌 것이

저 별로 가라는 신호였듯이


하나 없이는

하나가 올 수 없다는 사실'

이 병률의 '서로'


하나 없이는 하나가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은 알까?

아니면, 나 하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할까?

하나가 줄면 내 것이 하나 더 늘것이라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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