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커플
지독하게 외로웠던 시절
2000년 중반
병원문도 닫고 그냥 세상속을 벗어나 나를 모르는 곳으로
잠시 떠나 있던 그 시간에 그의 책을 접했다
그리고, 최근 다시 한 번 읽었다
커플, 서로 마주하지만 서로간에 나누는 대화는 거의 없이
상대에 대해 모든 것을 스스로의 입장에서만 해석을 하고 그럴거야, 그랬을거야
그 해석은 상대가 어찌 하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합리화의 과정만이 남는다
책은 문장들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침묵과 고독만이 흐르는 묘한 흐름속에서 시작하고
아무런 설명없이 진행되어지다 끝맺음을 보인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엘렌
의사인 로익
둘은 설명없는 어느 모임에서 우연하게 만나고
이유없이 끌리며 상대를 자기 나름으로의 기준으로 이런 사람이다라 정한다
둘은 함께 저녁을 서로의 아파트에서 먹고 키스를 나누고 섹스를 하지만
로익은 아마도 이 방에서 다른 남자와 엘렌이 했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생각속에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그 둘레를 맴돈다
로익은 엘렌의 아파트내에서 다른 남자의 모습을 그린다
그가 어떠하게 그녀의 아파트에서 지냈고,
그녀의 몸 구석 구석을 다 알거라 생각하며 욕실과 침실의 커버, 응접실과
주방안의 구성물들에 그 의미를 담고 그녀와는 무관하게
그녀를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다른 동료여의사와 엘렌을 생각하며 섹스를 나눈다
엘렌의 아파트앞에서 그녀의 집 창을 바라보다 동료여의사와 무의미하게 몸을 섞는다
그 과정중 둘의 대화는 거의 없다
오로지 소설은 서로에 대해 홀로 판단하고 상대를 정의 내려버린다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그리는 둘
엘렌은 자신의 아파트에 두고온 로익의 가죽자켓을 걸치며 그를 그리고
열감기에 들은 그의 곁에 누워 아파하는 그에게 키스를 전해주며
감기를 옮고, 로익은 조용히 그녀의 아파트에 약을 놓고 간다
대화없는 둘
로익은 여성용 피임기구 페서리에 보이지 않는 구멍 열다섯개를 꿇으며
둘 사이의 어떤 장막을 거두려하며 소설은 끝을 맺지만
끝내 둘은 상대가 나에게 어떠한 존재, 의미를 가지는지를 서로에게
전함없이 없다
대화가 없는 소설
무미건조하기만한 연애소설
독특한 그 흐름
사실, 세상속 대화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감사와 고마움, 사랑에 대한 대화
상대에 대해서는 이미 내 머리속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정해져 있는 것을
그의 머리속에 담긴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 다른 것을
둘 사이의 관계를 보며 지금의 나를 본다
사람들 속에 있지만, 그 들의 눈으로만 보여지는 나
요 몇달 난 그냥 그 자리에 있건만
흔듬이 많았던 시간
그 흔듬은 내 떨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버틸려면 버텨보라는 듯이
흔들어 댄다
난 차라리 떨어지고 싶건만,
떨어지고 나면 게임이 끝나 재미가 없다는 듯이
내 잡지도 놓지도 못할 정도로 흔들다 멈추다 흔들어대는 이 시대속의 그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저녁 홀로의 산책길에 만난 늦은 붉은 장미하나
묘하다 주변의 누래진 잎과 가지사이에 붉음과 또 짙은 푸름을 함께 가지고 있다
초승달은 새로이 시작된다해서 new moon, 차오르는 달이라 하고
그믐달은 오래된 달 old moon, 또는 이지러지는 달이라 부른다하니
언젠가는 차 올랐다, 이제 이지러 지는 것일까?
언제 차올랐었을까?
로익과 같이 타인의 눈에는 이지적, 스스로는 이기적인 삶
소설속의 둘을 접하면 둘 다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그건 독자의 몫
어쩌면 둘은 스스로가 보는 상대에 대한 이기적 눈에 대해 오히려
안주하며 만족하고, 편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간속의 많은 이들도
아마, 어쩌면 나도 나만 모르지 그리 살고 있는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