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아닌 강요된 주장속에 치뤄야만 하는 아픔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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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낯선 동네를 들어서려니 청년무리가 당신은 좌요 우요에 대한 물음에

답할 길이 없어 그냥 우요라 하니 몽둥이질을 당한다


더 걸어 다른 동네를 들어서니 또 다른 청년무리가 당신은 좌요 우요를 다시 묻가

이번엔 좌요라 답하니 또 다시 몽둥이질이 날라온다


다음 동네에선 난 좌도 우도 아니요라 답하니

회색분자라 하며 역시나 몽둥이질을 당하게 된다는

그 노인 좌가 무엇인지, 우가 무엇인지, 회색분자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그 들의 뜻과 다른 답을 줬다는 이유로 적이 되 버리던 시대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

뉴스도 거의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켜야만 진료를 할 수 있고,

일상을 시작 할 수 밖에 없기에 반 강제적으로 들어오는 세상이야기들


우린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른 충돌과 주장으로 한 동안 나라없는 설움을 겪었다

그 설움이 어떠한 가치에 대해 알려준게 무엇이었을까?


해방이후 바뀌고 바뀐 위정자들

권력과 돈은 그 힘이 더 커지거나 주인이 바뀌기도 했지만

최근들어 고교시절, 대학시절 읽던 책들을 다시 접해보니

오늘 쓰여진 듯이 돌고 돈 시간들속에 갖혀 돌고 돌기만 한 기분이다


선우 휘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속의 포로가 되어버린

좌가 뭔지, 우가 뭔지도 모르는 평범한 이들이 당시를 살아온 이야기들이나

그 어느 쪽에도 끼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싸릿골의 신화', '불꽃', 깃발없는 기수' 등 여러 글들속에서

좌와 우에 대한 갈등을 이야기한다


깃발없는 기수

삼국지를 접하면 유비는 조조에 대승을 거두고 오나라로 부터온 사신을 접할 때

전투에서 뺴앗은 조조를 상징하는 깃발을 바닥에 깔고 이를 밟고 지나게 함으로서

그 위용을 뽑내려한다


아니, 위용을 뽑내려하기보다 상대에 대한 위협이라 함이 더 옳을지도


깃대없는 깃발에서도 좌와 우의 조직간의 다툼속

그 사이에 떨어진 붉은 깃발을 감싸안은 소년에게 무차별하게 폭력이 가해진다

하지만, 소년은 아픔보다 깃발을 지켰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를 바라보는 조직의 지도부들은

그 다툼의 밖에서 이들을 바라만 볼 뿐


그 어느 시대보다 깃발이 휘날리는 시대를 겪었고, 또 겪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이 땅위 누군가는 좌도 우도 아닌 그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

좌나 우를 다 거부한 자는 회색분자라 욕의 대상이 되어버린다해도

묵묵히 그져 오늘을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색분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생각지 않는다


지금은 그 시대를 벗어난 것일까?


깃발없는 기수속 화자는 이북에서 사범학교를 나왔으나

그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쪽으로 홀로 내려와 신문기자로 있는 윤

그 주변인들은 약속이 없어도 습관처럼 해방옥에 모여 술을 마신다

소설속 화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일상이 술 속에서 하루가 다른 하루가 되고

또 다른 하루가 되어지면서 그 속에서 시대를 논한다

무기력감의 다른 표현이었을까?


술에 취한 윤이 언젠가 한 여인이 미군과 함께 들어갔던 파란색 문을 열고 들어가

여인을 취한다. 여인은 죄인처럼 윤의 신발을 숨긴다.

내 나라에 내 나라 사람을 숨겨야만 했던 시절


여인은 아침에 일어나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접한건

당신이 처음이라는 말로 그 시대 여인의 삶을 말해주는것은 아니었을까?


해방옥과 술, 그리고 무기력한 젊은 지식층들의 삶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때는 변절자로 그에 따른 댓가를 치워야만 하는 집단

그 집단은 우도 좌도 결국은 다름이 없다


집단을 보호하고자 희생양이 되어 상부의 지시로 체포되어지지만

오히려, 퇴소후 그를 맞이한 동료들은 그를 변절자로 몰라 세울 뿐

변절자에겐 사회적 죽음만이 아닌, 때론 물리적 죽음도 불사되어진다


윤이 머물던 하숙집의 주인남자도 좌익의 민애청소속이었으나,

상부의 명령에 의해 자수를 하며 다른 동료를 구하는 희생양이 되었지만

옛 동료들은 그를 변절자, 배신자로만 볼 뿐


변절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뜻이 없는 아들을 민애청 활동에 참여시키지만

아버지는 사회적 죽음을 당했다면

아들은 어린 소년으로서 물리적 죽음을 당한다


해방옥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져간다

윤과 뜻이 맞던 영운은 사랑하던 여인을 두고 일제시절 학도병으로 끌려갔다 오니

여인은 다른 남자의 처가 되어 아이를 가지고 있었고

또, 해방후 남자는 일본으로 떠나 혼자 아이를 돌본다


그런 여인과 아내를 곁에 둔 형운이지만

아이를 안고 탄 버스가 사고로 자신이 안고 있던 아이가

자신의 무게에 눌려 가슴이 짓이겨지며 죽음을 맞게 되고

형운과 여인은 어느날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또 하나의 친구 순익은 북으로 떠나고

윤은 사상이라는 옷을 걸치고 현장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이철과 미군 장교 퍼킨스와 동거하며 그에게 정보를 주는

이철의 여인 윤임을 찾아 총을 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다만, 사회를 치장한 사상의 뒤에 숨은 그 들에 대한 분노의 총

좌를 쏜 것도, 우를 쏜 것도 아닌 윤은 사상이라는 무기로 사회를 나누는

이들에게 총을 쏜것은 아니었을까?


비판과 비난이 난무한다

따스한 안아줌이나 위로가 있어도 춥건만,

이겨내야할 것들이 많은 시대라 하면서도, 그 힘을 써야할 곳에 쓰고 있는것일까?


뉴스속, 언론속의 그 수많은 애국인들의 말들대로라면

그렇게 나라와 사회에 대한, 국민과 시대에 대한 걱정이 많다면

말로의 다툼만이 아닌 이미 다른 모습을 보여도 벌써 보였어야만 할 때다


불이 났다

불을 끄라고 소리만 지를 뿐 물 한 동이 나르는 이 없는 시대

코로나?


그 보다 흔하고도 흔한 것이 열감기와 몸살, 독감이건만

이제 열이 나서 오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어찌 대해야만 하는 것일까?

지침이 없다


환자분들이 물어도 열이 나면 우선 가족분들이 오셔서

약먼저 처방받아 복용후 변화를 보자는 말 이외엔 해 드릴 말이 없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거리의 사람들

그 가린 반만큼 이 시대도 가려져 지나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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