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의 일부다
그냥 일부
이어지는 싯귀들이 더 맘 아프고는 해서, 힘들 때면 끊어 읽고는 하던 시
아니, 때론 그냥 여기까지만 읽고 접어버리기도 했던 시
오늘은 이어 읽어보련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
그냥 그 자리에 있는 한 사내
그를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또 다른 사내는 마치 남을 보 듯 볼 수 밖에 없는 세월을 살아간다
그래서, 그가 아마도 한 없이 미울 성 싶다
미워 우물안에 돌이라도 던지고 싶다가도 때론 가여워 보듬어 주려해도
돌을 던지든, 보듬든 그는 사라져 버린다
흉통이 아직 익숙치 못하다
너무도 가볍게 사는 사람들, 한심한 모습에도 현대는 친절해야한다는 프레임속에 상황에 무의미하게 웃으면서 대해야하는 것도 오늘은 좀 지치고 싫어진다.
진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있어야만 했던 환자들 속에서 같이 손잡고 밤새우며 꾸벅꾸벅 졸던 그 시절이 언제였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를 않는다. 이기적 말들의 홍수속에서 유독지쳐가는 하루인가보다.
육체의 통증보다 지난 삶의 시간들속에 내 가졌던 오해들이 더 아프기도 하다
그냥, 뭘 해주기를 바램없이 나 이래, 그리고 저렇기도 하고... 따스하지는 않아도, 그냥 조금은 다른 모습들을 볼 수있을줄 알았지만, 필요할 땐 전화하던 친구들도... 별 반응없이, 모르는 누군가의 어떤 무관함속의 일들, 낯설어진다. 그 간의 많은 관계들이 사실은 그냥 아는 관계들에 감사를 해야할지도 ....
어제 밤엔 흉통과 두통이 좀 더 심한 밤을 지내서인지
그냥, 오늘은 눈앞에 보이는 색이 어둡다
피해준 거 없어도,
내가 그냥 이유없이 밉다는 자에게 왜?를 묻는 바보같은 짓거리를 적어도 이젠 안하는 정도는
익혀간다
진료실안에서의 평생
한 밤중에도 도움, 조언을 청하는 전화를 받았어도 내 해결함의 한계에 나를 스스로 미워했었는대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 누군가에게 잘 못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지 않게 깨달을 수 있어야할텐대
무언가 있음은 분명한 듯하다
오늘도 진료실 책상위에 앉아
오늘은 웬지 쉽게 미소지으며, 앞에 앉은 분의 아픔을 들으며 같이 손잡기엔 좀 힘이 겨워
예약환자를 내일로 미루는 전화를 병원 막내에게 부탁했다
오늘은 그냥 좀 쉬고 싶다
우물속에 비친 한 사내가 미워 돌아가는 하루인가보다
미련한 그 사내는 그 우물속에 한 없이 그대로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