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은 나쁜 색일까?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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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내와 독일을 배낭여행하며 아름다운, 아니 아름다웠던 도시 드레스덴에 머물렀다

드레스덴은 '숲속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답게

매우 아름다워서 독일의 피렌체라고도 불리웠다 하나,

전쟁은 이 도시를 완전 흉물로 만들아 버렸다


18세기의 7년전쟁

나폴레옹이 주둔하며 작전기지로 쓰고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완전 폐허가 된 도시


전후, 서와 동으로 나뉘었던 독일이 통일 되면서 도시의 재건에 나섰다고는 하나

유서깊고 아름다웠던 궁이나 명소들의 복원은 이루어졌으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도시들은 도로를 보는 면은 새롭게 단장을 했으나

골목을 돌아 건물의 뒷편을 보면 허물어진 잔해가 그대로인 것을 쉽게 보게 되던 곳


누굴 위한 어떠한 전쟁이었던 가를 역사는 잊었어도,

그 잔재는 현실속에서 오래도록 상채기로 남아있다

우리도 눈으로 보이는 상처들은 재건했을지 몰라도 맘속의 상채기를 아직 담고 있는

많은 분들이 남아 있듯이


한 노인이 길을 걷다 한 무리의 젊은이를 만나 노인은 좌요 우요라는 물음에

망설이다 나는 우요하니 젊은이들은 반동분자라며 몽둥이질을 했다한다

그 노인은 다시 길을 가다 만난 또 다른 무리의 젊은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고

난 좌요라는 답을 하니 이 빨갱이하며 또 다시 몽둥이 질이 날라왔고

더 걷다 만난 또 다른 무리에겐 난 좌도 우도 아니요 하니

이 회색분자같은 놈하며 또 다시 맞았다는 슬픈 역사를 우린 가지고 있는 듯


박경리의 소설일까 싶게 솔직히 '시장과 전장'은 다소 어설픔이 많다

우연이 많고, 또 억지스러움도 많고

하지만, 전쟁과는 무관한 삶과 사상에 심취한 자의 이야기를

소설은 큰 흥분이나 전쟁속이지만 전쟁보다는 삶과 사람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도 많은 이 땅위의 국민이라 쓰고 백성이라 읽혀질 수 밖에 없는 삶들은

이 쪽도 저 쪽도 아니면서 부는 바람에 휘청이기에 어지러운 시절들을

너무도 오래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해도

바람은 분다


이 쪽진영, 저 쪽진영 모두 푸른 하늘을 바라보건만

부는 바람은 멈추지를 않으려한다


소설을 크게 나눈다면, 세사람이 이끌어가는게 아닌가 싶다

독립심을 가진 신세대지만 어쩔 수 없는 엄마로서 자식을 지키려는 지영

혁명을 통한 코뮤니스트 세상의 달성에 대한 신념을 가진 기훈

그리고, 좌도 우도 아니지만 사랑을 위해 기훈을 쫒는 이 가화라는 여성


소설의 진행도 크게 전쟁전과 후, 그리고 전쟁속에서도 북이 승리를 이어갈 때와

패망으로 쫒김속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시기와 그 속에서 사람들의 변화와 갈등


전쟁전 누군가의 아내, 딸로서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당시의 휴전선 인근의 연안에 있는 학교 선생으로 집을 떠나는 지영

전쟁과 함께 인천을 통해 서울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사실, 그 과정들속엔 우연들이 너무도 겹쳐 현실성을 잃는다


지영의 남편 기석

그의 형 지훈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던 기석은 형과 달리 서울이 인민군의 세상이 되자

살기 위해 입당원서를 내지만,

다시 서울수복후 기석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잡혀가고

남편의 행방을 찾고 석방을 위해 지영은 동분서주한다


그 와중에 부산에서 올라온 외삼촌,

그 외삼촌의 먼 친척이 국회의원이라 한다

조금 어색한 조합들이 이어지지만 지영은 국회의원에게

기석의 석방운동을 위해 애를 쓰지만,

다시 1.4후퇴를 맞아 원점으로 돌아가고 기석은 어디로 갔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결국 모른채

지영과 함꼐하던 어머님도 쌀을 구하러 나갔다 총에 맞아 죽음을 당하고

혼자 두 자식 광이와 희야를 지키고자 전쟁속에서

한 때는 이쪽, 다른 시절엔 저 쪽에 끌려다니면서도 버티고 버틴다


삶은 시장이었던 것이다

살기 위해서 난장을 벌인 시대


기훈은 너무도 뚜렷하고 강한 사상이 그를 지배했나보다

친 자식과도 같이 거두어주고, 일제시절 함께 상해등지에서 동거동락하며

스승으로 여기던 석산선생

그는 좌와 우로 나뉘어 싸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설득하려하지만,

기훈은 그를 우도 좌도 아닌 회색분자라며 망설임없이 인민재판에 올려버린다


그러한 기훈은 후퇴하는 인민군과 남쪽으로 쫒기다 결국 지리산으로 들어가게 되나

그의 주변인들의 우리가 왜 이래야하는가에 대한 회의

그리고, 변절 등을 보면서도 그의 사상은 더 굳어가기만 한다


삶은 전쟁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사상에 더 매달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가화

실연의 아픔속 거리에 쓰러지던 순간 지훈은 그녀를 대하게 된다

약속없이 왔다 가는 남자 기훈


이 가화는 이 남자를 쫒아 지리산속으로 들어온다

지리산속 동지였지만, 삶을 위해 변절자가 되어 오히려 소탕부대장이 된

장덕삼


기훈은 장덕삼에게 가화의 자수와 그녀의 안전을 부탁하며,

그녀를 산아래로 데려가지만

그 과정중 어디선가 날라온 총알에 가화의 죽음을 본 지훈

보이지 않는 어두운 숲 저편에서 자수를 권고받지만 지훈은

'오리는 물로 가야 하오'라는 말을 남기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가화는 시장과 전장속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채

맴돌다 가게 되는 아마도 그 시절의 수 많은 사람들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책을 덮으면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박경리라는 이 시대 어른의 한 분인 작가의 글

그 책이 쓰여진 것이 오래전이고, 또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나

그 진행에서 보여지는 우연과 다소 억지스러운 점에 실망도 하게 된다


사상없이 살아가는 더 많은 사람들의 삶

사상을 잃지 않으려 스스로 더 붙잡으려하는 삶

사상과 무관한 사랑이라는 또 하나의 신념으로 자신보다 사랑을 찾는 삶


책은 사실 그 분량이 그리 많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좀 줄이고 압축했더라면

좀 더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감히 문학계 큰 어른의 글에 대해 맘을 담아본다


난 어느 쪽일까?

바람이 부는 쪽으로 정해진 방향없이 흔들리는 그런 삶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국민이라 쓰고 백성이라 읽혀지는 삶을 살아온게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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