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은퇴를 꿈꾸는 것이 허락되어질 수 있을까?

by 고시환
파일_000 (1).jpg
사본 -R0001294.jpg

평온한 은퇴를 꿈꾸는 것이 허락되어질 수 있을까?


프린스턴대학과 MIT 교수 존 내쉬

'균형이론'을 바탕으로 한 내쉬의 이론은 그 뒤

게임이론으로 그에게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주지만

그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못했다


조현병를 앓으면서, 동성애라는 의심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그의 곁엔 그의 아내 얼리샤 라드가 있어줬다


그에 대한 영화 러셀 크로우주연의 '뷰티풀 마인드'

영화속에서 하늘의 별들을 보며

얼리샤 라드와 첫 만남에서 손 가락으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


조현병치료로 오랜 기간 병상생활을 하다

교수로 복직했던 모교 프린스턴 대학에서 은퇴를 앞둔 존 네쉬

교수 식당에 앉은 그의 곁을 지나며

동료 후배 교수들이 탁자에 올려 놓고 가던 몽블랑 만년필

그 들은 무언으로 그렇듯이 존경의 표현을 전달해 주었다


사추기

갱년기를 핑계삼아

3번째로 본 영화면서도 눈가에 뭔가가 맺혔던 어제밤


의사생활 30년이 된것도 벌써 2년이 지나간다

딸아이가 아빠 30주년이라며 준 몽블랑 볼펜


군 제대후 삼성에 들어가며 아내가 준

그리고, 첫 책의 초판이 몇주사이에 완판되었을 때 출판사에서

유럽 내분비학회 학술상을 받고 스위스 베른공항 면세점에서 아내에게

받았던 몽블랑 만년필


의사라는 직업

은퇴가 없으니 부럽다고들도 한다

한 친구는 우리의 은퇴란 어느 순간 쓰러지면 그게 바로 은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 듯


은퇴를 해야하는 자에겐 그에 따른 아픔이 있고,

은퇴가 없이 그대로 흘러가야하는 삶속에는 또 그 나름의

또 다른 버거움도 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대학을 다닐 때도

아니,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준비를 할 때도

난 어느 작은 대학에서라도 교수로 은퇴하는 내 모습을 그려왔었다

내가 개원을 할 거라고는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삶속의 시간은 나를 내 의지와는 다른 길로 이끌기도 하나보다


대학에 남은 동료들은 이제 은퇴가 몇년 남았다는 말을 하며

서서히, 제 2의 삶에 대해 푸념들을 하지만

솔직히 그 들의 불안이 부럽기도 하다


따스한 차 한잔이 식어가면,

다시 온기를 가진 차를 찻잔에 담을 수 있는 그런 삶은 없는걸까?


식어가는 찻잔을 내려놓지 못하는 삶이나,

식어버린 찻잔은 치워져 버리는 삶뿐인 것일까?


평생을 몸담던 대한민국 유수의 대기업 임원으로 있던

한 친구는 명퇴로 서울을 떠나

자신에게 방과 의자를 내 준 한 지방 소도시의 회사에서 생활을 하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불안해 한다


불안없는 은퇴, 나이듬은

이 시대에 꿈꾸는 것이 지나친 사치가 되 버린것일까?


명예롭게, 내 탁자위에 누군가 몽블랑펜을 놓아주며

무언의 박수를 받지는 못한다해도

밀리듯이 나이들어가는 것은 웬지 쓸쓸하다


식물원을 가고 싶다

겨울에도 문 하나사이로 따스한 온기와 습도를 느낄 수 있는

실내 식물원엔 계절에 무관하게 그 특유의 내음이 있었던 것을

너무 오래 잊어왔던 듯 하다


대학시절엔 불안정함이 내게 찾아올 때는

남산 식물원안에 숨고는 했었는데,

테스형에겐 물어도 모를 듯하여 네이버형님께 물으니

남산 실내식물원은 이제 없어졌다한다

아쉽게도, 내 젊은 시절 날 돌보아주던 곳 하나가 또 사라졌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내게 주어진 시간속의 나는 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