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드로잉을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
쓱쓱 가볍게 일상을 스케치하고
여행을 노트위에 담을 수 있는 그런 분들을 보면 한 없이 부럽기만
어쩌다 보니 강아지가 네마리
운악산 산행으로 인연을 맺은 골든리트리버종 두 마리는 벌써 나이가 13살이 되가는
노견이 되가서인지 동물병원 신세지는 날이 하루 하루 늘어가고
딸아이 유학시절 외롭다며 함께했다 같이 들어온 치와와
집앞을 지나는 많은 차들중 가족들 차는 귀신처럼 알아서
가장 먼저 현관으로 달려와 반겨주는
요 작은 것도 6-7살은 되가는 듯
우리 집 네마리의 강아지 식구중 가장 용맹스럽고,
간혹 본인의 종을 자신과 같은 견종이 아닌
사람종으로 착각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후배가 어느날 전해준 챠우챠우 한 마리
덩치에 맞지 않는 순둥이로 산책을 하다보면 저 멀리서 오는
다른 작은 강아지만 봐도 피해 저 쪽으로만 걸으려 하는 겁쟁이
처음 왔을 때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지 못해 끙끙대던
그 놈도 벌써 5-6살이 되가나보다
5-6년간 그는 사람모양을 한 4마리, 다른 종의 강아지 셋과 가족이 됐다
그 만큼 내 나이도 들어가고, 자식들도 커갔을텐데,
잊고 있다 어느 순간 얘들이 몇살이지 따져보다보면
딸아이 조금 있으면 나도 서른이야를 말하며 세월을 상기 시켜주는구만
아들에게서 그리고 진료실에서 선물받은 같은 책 두 권
'곰돌이 푸'
진료실 책상옆에 꽂아두고 맘이 뒤숭숭해지면 빼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는 것이 몇년간 습관화가 되 버렸다
오늘 열어본 페이지 속
푸는 피글렛의 '오늘은 무슨 날이야?'리 물에 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라 답한다
푸는 매일 매일이 즐거운 날이라고 주문을 외운다
아마도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에서는
푸가 푸글렛에게가 아닌 이미 어른이 되서 다시 만난 로빈에게
한 말이 아니었던가 생각되는 대사
'오늘은 무슨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주문처럼 읽어본다
오늘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라고
오늘도 퇴근을 하면 이젠 식구가 된
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아마도 다른 식구들보다 먼저
내 발소리에 나를 반겨줄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