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보리밭계절은 지났을텐데...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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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 부산 광복동 네거리에는 밀다원 ‘꿀물이 흐르는 찻집’이 있었다 한다

모두가 배고프고도 힘들었던 그 시절에도

밀다원에 모인 문인들은 그 들의 소명은 총검을 잡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면

사람은 그 시절이 아무리 혹독하고 힘겨워도

밥만으로는 살아가는게 아니었었나보다


이 밀다원에서 화가 이중섭은 고통속 미술을 탄생시켰었고, 작곡가 윤용하와 시인 박화목의 만남은 지금도 불리우는 가곡 ‘보리밭’을 탄생 시켰으니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여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겨울의 추위를 이겨낸 푸르른 보리밭의 싱그러움도

그 시대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쓸쓸했을 듯 싶다.


커피

이젠 하루의 일과가 된 커피

아내가 건네주는 커피 텀블러와 함께 출근으로 시작되는 하루

막히는 출근길위 차는 그냥 그대로 찻집이 된다


커피 칸타타

젊잖고 고지식할 것만 같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내용을 보면 코믹하다


오늘 아침출근길엔 바흐의 칸타타를 조수미의 목소리로 들으며

다른 날보다 진하게 타진 커피 한 잔의 향으로 입안을

젖히며 시작한 하루


이제 오전이 지나간다

보리밭 사잇길을 걷듯이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을 듯한 두려움에

사실 앞만 보며 왔었던 지도

창 밖

노을이 질 때면 왔던 사잇길로 다시 돌아가야겠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한 해를 시작한 지 이틀째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조용하게


생각해보면 인생의 보리밭이 필 시기

그 나이땐 전쟁후의 혼란과도 같은 나였었던 듯한데

계절이 바뀌고 바껴 여름도 가고

가을도 깊어가는 나이가 되었건만

아직 보리밭속 그 사잇길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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