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의 길 위에는
자신도 모르게 선택의 길에서 가르침을 주는 무언가가 있어왔던 듯싶다
내게는 너무도 어릴 적, 국민학교 저학년시절의 위인전속
슈바이처박사가 그랬었고
나이 들어 중학교시절 접한 A.J.크로닌의 성채가 그러했기에
의사의 꿈을 꾸었었던 듯
고교시절 연극을 접하면서 글을 쓰고
무대 위에서의 삶을 꿈꾸었었지만
교과서에 실린 한 편의 시가 내 진로에 영향을 주었었던 듯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살아오는 시간 속에서 그의 시를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힘겨울 때는 곁에 두게 된다
지금도
역시나 이어지던 불면의 밤
이젠 그 불면의 밤도 좋다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을 시간을 주니
어제 음악 속에서 그의 시집을 오랜만에 펼쳤다
‘이게 누구네 숲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는 지금 마을에 살아
내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를 거야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는 줄도 모를 거야
…….
숲은 깊고 어둡고 사랑스럽지
하지만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지
잠들기 전에 아주 먼 길을 가야 하네
잠들기 전에 아주 먼 길을 가야 하네’
그의 시중 하나
‘눈 내리는 저녁 숲에서’의 일부다
여전히 그는 먼 길을 가라고만 하는구먼
길고도 긴 길을 가게 만들더니만,
아직도 더 가라 한다만 그것도 어두운 밤, 눈 내리고, 눈에 덮인 숲길을
걷기 시작한 길
가야지, 멈추면 더 추울 테니 따스한 온기 있는 곳까지
가는 게 맞는 거게
그것도 조용한 밤중의 숲길
눈마저 내려줘 동무되어주면 외롭지 않고
동무되어주니 좋을 듯도 싶다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련다
이왕 갈 거, 어차피 갈 거며 웃으면서 즐거이
행복하게, 노래라도 흥얼거리면서
그리 가련다
아니, 그렇게 이미 가고 있는 나를 보기 위해
눈길을 거꾸로 내 발자국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마치 누군가 같이 걸어주는 기분을 느끼면서
뒤 돌아보면 내 아이들의 모습이
눈 위에 찍힌 발자국 그 너머로로 보일까?
그 들의 새로이 찍으며 오는 발자국을 묵묵히 볼 수 있을까?
내리는 눈이 내 발자국은 덮어버려 아이들의 발자국은
나와 다른 발자국일 테니 어떤 발자국일지…
그 들의 발자국은 그 들의 몫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