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고향을 품어본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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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추석이면 갈 곳이 마탕하지 못해

집에 있는 우울감대신 여행을 택한것도 몇 년째가 되가나보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사는건지

하긴, 나도 십여년전엔 이 나라를 떠나려했지만

결국 가지 못했었기에 홀로 남겨져 있는 곳


생각을 해 보니

인생의 시작과 끝은 그 어느 시간대였든

유사한가보다


이 시대의 삶들의 모습을 보면

태어난 고향은 어느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으로

마지막은 요양원에서 어느 병원장례식장으로

결국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마지막을 하는 모습


고향

이 시대의 고향은 어떤 의미일까?

20새기의 끝을 살아온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고향상실의 시대라 했다

하이데거는 기술문명이 현대화라는 단어속에

역사속 그 어느 시절보다 빠르게 변하던 시절을 살아오면서

기술문명과 사상적 대결을 한 철학자가 아니었을까?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여행

겨울날 밤에

한 줄기 빛도 없는 하늘 아래서

우리는 길을 찾아 헤맨다’


셀린의 소설 ‘밤의 끝까지 여행을’ 속의 시 ‘스위스 위병의 노래’구절이다

작가는 고향상실의 정서가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근본 정서가 됐고, 삶의 의미 또한 달라지면서 그 어느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20세기 지식인들의 불안과 고뇌를 말하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 바르다위는 유럽, 아프리카, 미국을 다니며 이 시대속 머물곳을 찾으려 하지만, 그 어느 곳이든 어두운 밤과도 같은 암울함만을 안게 됨을 보면 20세기, 21세기를 살아오는 모습은 유사한 듯


그에게 유럽엔 무의미하게 죽어야만 하는 전쟁이 있었고, 나라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이라는 명목하에 그 죽음의 터로 몰아 붙이기만 했던 시절을 살아야했었다. 아프리카로 간 그를 기다린 것은 백인들에 의한 흑인들의 비인간적 착취와 폭력, 기만과 이용을 보면서 인간의 위장된 본성에 좌절을 하게 되고, 결국 미국으로 밀리 듯이 떠난 그를 기다린 것은 자본주의의 현실된 모습들이었다. ‘돈’에 대한 맹목적의 숭배, 돈없는 자는 올 데 갈 데도 없는 모습


바르다위는 최인훈의 광장속 이명준이 결국은 광장을 꿈꾸며 푸른바다로 몸을 던지는 심정과도 같이 세상에 묻는다. ‘이 암흑의 밤에 어디로 갈 것인가?’


하이데거는 20세기는 이데올로기와 과학기술의 시대라 정의하면서, 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 자유와 평등을 입으로 외쳤던 시대이고, 기술의 발달은 외형적 화려함을 선물해주었지만 더 많은 소비를 만들면서 그 대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 당연시 하게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말한다.


설을 앞두고 고향을 생각하다보니, 고향상실을 말한 하이데거가 불현듯 생각이 나 글이 다소 어두워져 버리나보다.


정지용의 향수, 그의 싯귀를 읽으며

내 고향 공주

집앞에 넘치듯이 흐르던 시냇물을 가슴속에 담으며

시대를 벗어나 고향을 품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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