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도 내 몸을 맞겨보련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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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돈을 잃으면 다시 벌 수라도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명색이 의사랍시고, 내 몸은 내가 알아 하면서 버터 온

몇 년 손발의 부종에 이어 양말, 바지를 벗으면 보이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지는 기찻길과도 같은 흔적들


결국 아내의 부침에 못 이겨

신장내과 동료에게 진료예약을 했다

이렇게 다시 내발로 나왔던 곳을 환자로서

오랜만에 들리게 되나 보다


병은 알려야 한다고 환자들에게 말은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이러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지만 ^^


아내에겐 맨날 혼나는 말이지만

젊어서 내 몸에게 미안할 정도로 혹사를 시켰기에

지금 내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들에게

오히려 미안해진다


대학시절

어느 나이, 어느 시대를 살아온 그 누군가도 그리 말하겠지만

느껴지는 걸 어찌하랴

참 많은 것들의 변화 속에서 살아온 10대, 20대, 30대, 40대의 시절

대학시절엔 경제적 힘겨움이 그 밑에 깔려도 있었겠지만

뭘 해도 통하지 않던 외침이나 몸부림 뒤에

나만이 아닌 동년의 동기들 중엔 염세적인 사고들도 많았었던 듯


술 한잔 뒤에 푸념들속엔 긍정, 희망적인 얘기보다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말들

이 세상 참 거지같아 하는 나이에 맞지 않는 투덜거림 들이 많았던

20대를 넘어가니

30대, 40대는 너무도 정신 없이 내 앞의 것들에 끌리듯

스스로는 밀고 간다 생각했을지 몰라도

돌아보니 밀려서 왔던 시간은 아니었었나 싶다


20대시절 많이 논의되던

염세주의의 대명사 쇼펜하우어, 그는 의지를 이렇게 정의 내렸었다

삶에 대한 의지는 무한한 결핍에 시달리는 인간이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삶에 대한 갈망이고 끝없는 욕망이라고

또한, 세계의 모든 악의 존재는 바로 이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인간의 의지라는 것, 삶이라는 것은 결국 이 욕망의 지배하에 있다고

인간은 이 욕망을 이성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지로 어찌 포장하는가에 따라 타인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 평가가 달라질 뿐이라던 쇼펜하우어는 이성마저도 평가 절하했었다. 이성은 욕망을 충족 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그 가 말했던 그 욕망이 삶의 목표라면?

그의 말이 틀렸다고 말하면서도,

염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삶은 아니었었을까?


코로나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마스크로 가려진 반 이상을 가린 얼굴

가려진 코로 겨울내음, 이제 봄이 오면 봄 내음을 맞기도 어려울 듯싶다


눈으로만 보는 겨울

세상 냄새보다, 색을 우선으로 보아야 하나보다

붉은 꽃들 위의 하얀 눈


왼팔의 저림이 기분 나쁘게 울린다

그 위로 무언가 덮어줄게 있었으면 좋으련만……


나이 들어서의 얼굴은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한다했듯

내 몸이 보내주는 여러 신호들도 역시나 내 몫일 테니

반겨 함께, 익숙해지려 한다

시간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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