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보다 푸른 잎이 좋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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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란 이런걸까?

2주전 산을 내려오다 삐긋한 발목의

불안감이 오래간다


점심을 이용해 옆에 개원해 있는

정형외과 후배와 점심을 먹으며

진료를 받으니

진작 오시지 하는 말


한 동안은 좀 조심을 해야 하나보다


앞을 보아도

하늘을 보아도

땅을 보아도 사방에 꽃들을 피해

눈길을 주기 힘든 계절


옥상 위의 화분들속

앵두나무 미니사과에도 꽃들이 만발하려 한다

그 와중에 장미들은 푸르른 잎들로

꽃과 경쟁을 하려 하는 모습이

싱그럽기만 하다


하루 일과가 오늘은 좀 바뀌었다

일어나 침대에서 어제 밤 보던 책 몇 구절을 보고

마당의 강아지들을 돌보다 출근준비를 하던 것이

옥상에 올라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의자에 앉아 한 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아침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날이 밝다

불과 몇 주전에만 해도 아침에 옥상을 올랐을 때와

오늘의 밝음은 완연하게 다르다


하루의 시작이 빨라지나 보다

그 만큼 또 하루의 마침도 늦어지고


겨울에 내 나이가 저녁이었다면

봄이 익어가면서

내 나이도 가을로 젊어진다 생각하면서


하루의 움직임

활동력

생각과 감정도 밝아지련다


병원이 이젠 마켓이 되가는지

한 분이 요구를 하신다

이 주사가 갱년기에도, 또 미용에도 좋다 하니

주사 좀 놔주고 이 병명을 붙여서 소견서를 써달라고

그래야 실비보험을 달라할 수 있다고 ^^


얼마전에도 유사한 분을 뵌적이 있었는데

또 다른 분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게 되나보다


상황설명을 드리고

실비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는 드릴 수 있으나

그건 제가 정할 문제는 못되는 듯함을 말씀드리고

주사역시도 대상이 되는가를 알아야하는게 순서임을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게

직업상 내 한계


전 진료를 하는 사람이지

물건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니 진료거부라며 신고를 하신다며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

욕을 한 바가지 하면서도

분이 안 풀리시는지 고발한다고 외치며 나가신다


그래도 난 그냥 웃는다

뭐 이유, 논리를 따져서 될 내용도 아니고

그러려 오신 분도 아닌 듯하니


아마도 또 다른 곳에서 같은 모습을 보이시겠지


오후

유난히도 푸른빛을 보고 싶어진다

퇴근 후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 듯이 걷다 보면

만나는 수제맥주 집

오늘은 아내몰래 한 잔 하고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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