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거겠지?
나도 모르게 변해있는 나
그런 나를 어느 순간 느끼면 그 느낌이 이런 걸까?
종이가 걸리고 말썽을 부려
하긴 오래 써오기도 했던 프린트를 바꿨다
어제도 되던 프린트가
오전 진료의뢰서라 부르고 대학병원 할인권이라해야하는
종이 한 장을 프린트하려니 프린트가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반년 전 단 한번 왔던 환자의 눈이 곱지 않게
시간 없다고 빨리 달라한다
내게 맞겨 놓은 게 있었나 보다
의료법상 진료의뢰서는 끊거나 거부할
무슨 기준이 없나 모르겠다
내 진료할 수 없어 대학병원으로의 의뢰가 아닌
전혀 진료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도 오지 않고 가족이 와서 떼달라는 진료의뢰서
뭘 의뢰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프린트가 말썽인걸 왜 날 째려보는 건지
그래도 세상이 좋아졌나 보다
전화를 하니 유선상으로 이리 저리 하더니
프린트가 작동되게 해 준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갔다
좀 맘이 허탈하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아마도
무슨 환자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의뢰서를
떼냐부터
내 해주기 싫은 게 아니라 당신도 보듯
프린트가 작동하지 않는걸
내 시간도 당신 시간만큼이나 소중하니 다른 병원 가서
떼라고 화를 냈을 텐데
돌아보니 내 뭘 잘못한 거지?
싶은 생각에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괜스레 부끄럽고 싫어지는 오전이다
내가 이렇게 비굴하게 변한건가?
내가 이 작은 프린터기 하나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오전이 지나간다
이러려 했던 하루의 시작이었을까?
다른 날보다 이른 시간 잠에서 깨어
작년에 죽은 아쉽기만 한 5년을 함께 한 라일락 나무를
뽑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나무도 식구라서 일까?
허전함에 출근길
청계산 자락에 차를 세우고 산을 바라보다
그냥 내 뒷모습의 셀카를 찍은 것도
하루가 이러려
내 뒷모습을 나 스스로가 보려했었나보다
세상이 흐르듯
나도 모르게 내가 변해가고 있는가 보다
전에도 몰랐었는데
이를 어쩌나 모르는 내가 그 마 져 변해가고 있으면
난 도대체 누굴까?
야~~~
너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