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건 강산이 아닌 나였구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그 강산은 아마도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말하는 건 아니었었을까?
오랜만에 오른 도봉산
도봉산을 가기 위해 오랜만에 거쳐간 종로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은
종로2가에서 3가로의 길
국일관이 옛 모습은 바꿨어도 아직 그 자리에
친구들과 월마다 모이던 음악다방은
세련된 커피솦으로 바뀌었고
산 아래의 모습은 세월의 변화를 보였지만
도봉산, 산은 오르면서의 모습은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맞이해준다
변한 것은
강산이 아니라 나
오랜만에 오른 신선대
그리고, 포대능선과 Y계곡
90도에 가까운 경사를 네발로 기다시피 매달려 오른
신선대는 땀의 의미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올라보지 않은자
알 수 없는 그 자유의 느낌
산은 공평하다
땀을 흘린 자만에게 주는 선물들
하산 길
잠시 쉬다 보니 젊은 몇몇이 마당바위에서 정말 좋다
오기를 잘했다
정말 오랜만에 걸어본다
무리를 해서 내일을 걱정하기도 ^^
말을 걸었다
좀 더 올라보라고
마당바위의 안내판에는 신선대중간까지는 힘듦
신선대초 입까지는 매우 힘듦
신선대쪽으로는 매우 험함
그 표시를 보며 자기들은 여기가 좋다 한다
갈 수 있을 때 가보라 하고 싶었는데
갈 수 있는 시간들이 항상 남아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기에
마당바위에 앉아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겠다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핸드폰으로 글을 쓰긴 어려워 써두었던 산에 대한
일기 하나를 올렸다
지난 이야기
오월의 초입에 적었던 일기건만
내 다시 읽어
오래 전 처럼 느껴지건만
10년이면 변하는 건 강산이 아니라
사람
사람의 마음
그 사람들이 이루어가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산은
자연은
사람이 그대로 두어준다면
언제든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맞이해 줄 텐데
하산 후 보여지는 거리의 풍경들의 낯섦이
그냥 나 스스로를 쓸쓸하게 만든다
다음 10년뒤
산은 나를 맞이해주겠지만
사람들의 공간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