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면...

by 고시환
KakaoTalk_20220615_095805564.jpg
20220612_184041.jpg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면….


오랜만에 오른 도봉산

도봉산은 몇 가지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환승을 위해 걸었던 종로거리

하산을 하면서 걸은 종로 3가의 거리엔

일방 4차로의 한 라인을 포장마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대학시절에도 그러했었는데

카바이트불빛아래 잔 술을 마실 수 있었던

포장마차들


닭발 하나면 소주 반 병은 마실 수 있었고

서비스로 주던 홍합국물에

주머니가 가볍던 우리들은 술 한잔에

뭔 그리도 서로들 주장할게 많고는 했던지


그 거리는 어느 때는 최루가스를 맞으며 외치고 뛰고

어느 때는 술에 취해 서로의 개똥철학들을 떠들며 논하고


도봉산에서 하산 길

가파른 길을 내려오려 하니 위험하다고 내게 스틱하나를

선 뜻 내 주시던 어르신 분들이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를 서로들 하신다

사랑이야기

부모이야기

사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본다고


우연이었을까?

이어폰에서 내려오면서 듣던 노래가

드라마 OST중 하나 기억해줘요가 흘러나온다


‘~~~

슬퍼서 아파서 미워서 그리워서

그 언젠가 꿈속에 그대 찾아와 줄 건가요

여전히 그대를 기다리는 슬픈 나를


~~~


오늘 하루도 그댈 생각하면서


글썽이는 날 알까요


~~~ ‘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마음


그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같은 가보다


슬프고 아프고 때로는 밉고 그리운




보고픈 만큼 보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그리운 만큼 또 잊고 싶게 밉기도 하고




노래를 듣다 돌연스레 떠오르는 노래


윤심덕의 사의 찬미


행진곡이고, 결혼축가로 주로 불리던 도나우강의 잔물결이


사의 찬미가 되면서 애잔한 이룰 수 없는 사랑, 삶으로 변해버렸던




이룰 수 없던 김우진과의 사랑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한 관부연락선에서 윤수선, 김수산이라는


이름으로 유서를 남기고 현해탄으로 사라진 시대를 너무도 앞서갔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유부남과의 사랑이었으니 아름답지 않게 보면 불륜이라 해야 할지도




포장마차를 보니


돌연 대학시절 저 거리를 함께하던 친구들이 떠오르고


그 시절 가진 것은 없었어도


꿈을 꾸던 그 시절로 가보고 싶다


그 시절로 갈 수 있어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난 내게 어떤 말을 해주려할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명의가 내리는 가장 명처방...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