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를 만나면….
오랜만에 오른 도봉산
도봉산은 몇 가지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환승을 위해 걸었던 종로거리
하산을 하면서 걸은 종로 3가의 거리엔
일방 4차로의 한 라인을 포장마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대학시절에도 그러했었는데
카바이트불빛아래 잔 술을 마실 수 있었던
포장마차들
닭발 하나면 소주 반 병은 마실 수 있었고
서비스로 주던 홍합국물에
주머니가 가볍던 우리들은 술 한잔에
뭔 그리도 서로들 주장할게 많고는 했던지
그 거리는 어느 때는 최루가스를 맞으며 외치고 뛰고
어느 때는 술에 취해 서로의 개똥철학들을 떠들며 논하고
도봉산에서 하산 길
가파른 길을 내려오려 하니 위험하다고 내게 스틱하나를
선 뜻 내 주시던 어르신 분들이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를 서로들 하신다
사랑이야기
부모이야기
사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본다고
우연이었을까?
이어폰에서 내려오면서 듣던 노래가
드라마 OST중 하나 기억해줘요가 흘러나온다
‘~~~
슬퍼서 아파서 미워서 그리워서
그 언젠가 꿈속에 그대 찾아와 줄 건가요
여전히 그대를 기다리는 슬픈 나를
~~~
오늘 하루도 그댈 생각하면서
글썽이는 날 알까요
~~~ ‘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마음
그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같은 가보다
슬프고 아프고 때로는 밉고 그리운
보고픈 만큼 보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그리운 만큼 또 잊고 싶게 밉기도 하고
노래를 듣다 돌연스레 떠오르는 노래
윤심덕의 사의 찬미
행진곡이고, 결혼축가로 주로 불리던 도나우강의 잔물결이
사의 찬미가 되면서 애잔한 이룰 수 없는 사랑, 삶으로 변해버렸던
이룰 수 없던 김우진과의 사랑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한 관부연락선에서 윤수선, 김수산이라는
이름으로 유서를 남기고 현해탄으로 사라진 시대를 너무도 앞서갔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유부남과의 사랑이었으니 아름답지 않게 보면 불륜이라 해야 할지도
포장마차를 보니
돌연 대학시절 저 거리를 함께하던 친구들이 떠오르고
그 시절 가진 것은 없었어도
꿈을 꾸던 그 시절로 가보고 싶다
그 시절로 갈 수 있어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난 내게 어떤 말을 해주려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