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안에 갇혔나 보다
의대를 졸업하면서 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
벌써 이십 년이 다 되간다
아이들과 떠났던 터키로의 배낭여행
우리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들의 이야기들이 일어난 곳은
그리스나 로마가 아닌 터키에 속한 곳이 많다
터키, 에페소의 유적지에는 당시 병원이었던 유적지가 나온다
깨진 돌무더기 속에 병원을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진 곳에
옛 병원자리라는 표시가 적혀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족 중 초등학생이던
딸아이가 가장 먼저 찾아
쓰여진 글은 이해 못해도
십자가를 감싸고 있는 두 마리의 뱀
'caduceus'의 문양을 보고 옛 시절 이 곳이 병원이었음을
caduceus 또는 kerykefion은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과 도둑의 신 헤르메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의미는 사람의 눈을 잠들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시작되지만
평화, 비폭력의 상징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
타국과의 외교 전령의 상징으로 쓰였다 한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의술, 의학의 상징이 되었다
헤르메스
도둑의 신
그래서 지금도 헤르메스는 여심을 훔치고
지갑 속을 도둑질 하는 건가? ^^
당시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에서 병만을 논하기 이전
아픈 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원인에 대한 접근
질환은 결과임을 말했다
어찌 보면 오히려 그 시절보다
질환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더 후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하나의 경로가 있어 그 원인이 분명 있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그 증상은 더 진행을 하거나 원인에 대한 해결여부에 따라 호전을 보이기도 한다는 이른바 병력의 개념을 논했다.
병은 싸우고 이기는 과정에 앞서서 이해가 앞서야 한다는
나도 그렇고
진료실에서 무릎을 마주한 적지 않은 분들이
불면을 호소하기도 하고
아직은 꿈을 안고 있어야 할 친구들이
공황장애 소견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유쾌롭지 못한 현실의 모습이 아닐까?
현대는 왜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많은 환경들이 스트레스 속에 놓이게 하는 것일까?
99법칙
10을 가진 자는 편하고도 나눌 줄 알지만
99개를 가진 자는 남은 하나를 채우려
더 누리지도 못하고 나누지도 못하며
더 나아가 다른 누군가의 손위의 것을 탐하게 된다는
우린 99개의 함정에 빠진 삶의 현장 속에 놓인 건 아닐까?
실제 99개를 가지고 있다면 억울하지나 않겠지만
실제 손안에 든 것은 10개뿐이면서도
99개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의 환상 속에 스스로가 갇힌 것은 아닐지
하루의 대부분을 사각형의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보다
산으로 들로는 어렵다 해도
마음이 시킬 때면 나가 달려보고 싶다
병력을 알아도
해결책을 논할 수 없기에
결국 오늘도 처방전에 의존하게 될 뿐인 현실
그 속에 나도 갇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