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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닮은 곰돌이 좀비로...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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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나 온 여자야~~~’’


한 때 유행하던 말이 아니었던가?

퇴근을 하면 코로나 덕분에 습관이 된 것이

모임이 없어지고

운동을 한다


병원 옆 휘트니스를 들려 아무생각없이

2-3시간 트레이드밀을 탄다

처음에는 이 운동 저 운동도 해 보고

기구도 배우고를 해 보았지만


음악을 듣고

때로는 영화를 보면서 걷다 보면

갇힌 공간이 아닌 화면 속, 음악의 선율에 따라

때로는 산을, 바다를,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딘가를

트레킹하는 기분으로 다닌다


어제는 내 이어폰을 놓고 가는 바람에

휘트니스 이어폰으로

TV화면을 보았다

이리 저리 틀다 우연히 접한 대화 속에서

‘나 종부세 내는 사람이야~~’

하며 우아를 떠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

동창회인 듯한 동년배의 모임에서 요상하고도

밉지 않게 우아를 부린다


종부세

그것도 신분의 표시가 된 것일까?


어릴 적 내 대학 다닐 적에만 해도

학교 외부의 공식적 행사가 있을 때에는

학교, 학과 뱃지를 어깨 한 쪽에 달게 하기도 했었는데

아마 요즘은 그런 건 없어졌을 듯하다


유명 몇몇 대학에서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그 학교를 보이는 잠바나 티를 입는 건 보았어도


출신

지위

지금의 내 모습

그런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사실 부럽다

아니, 그런 삶이 이 세상 속에 남아 있어야

무언가가 되고 싶고

그 집단에 속하고 싶어질 텐데


종소세가 나왔다

성실납부자라 해서 남들은 5월에 나오는 세금이

6월에 나왔다

오늘 통지서가 왔다

오늘 저녁 6시까지 내라고 ㅜㅜ


아마도 내 통장 속에 돈을 쌓아놓고 사는 줄 아나 보다

이러 지러 몇 통의 전화를 돌리고

부탁도 하고

화도 내고

앓는 소리도 하고

그러다 보니 오전 중 채우고 나니 허탈한 오후


대학을 졸업한 이후 나오기 시작한 배

에이… 그래도 초중고등학교적만해도

키 183cm에 6-~70kg, 고등학교 졸업 시 80kg가 넘지 않는

몸매였었는데


지금 내 배의 90%는 애들 엄마의 몫 ㅜㅜ

음식을 시키면 맛만 보고 남은 건 나와 애들이 치워야 하니 ㅜㅜ


183cm의 거구에 배가 나오고 얼굴도 동그래지다 보니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붙은 변명은 곰돌이

친한 친구들은 푸우

안 친한 친구들은 곰탱이

진료실 안에서 오래 나와 함께 하는 분들은 푸우


곰은 끊길 기다

지치지 않고 사냥감을 쫓는다

곰은 투덜댐보다 꾸준하게 자기 영역을 지키며 살아간다


현대는 좀비가 주가 되는 세상

나도 현대화한 곰으로서

좀비 곰은 매달리는데 선수인 킹콩과도 같이

매달리고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 매달리고


그런 좀비 킹콩 닮은 곰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련다

좀비의 좋은 점은 참 많은 듯

영화 속 그 모습을 보면 생각, 감정은 없는 듯

본능만이 그 안에 담긴 듯하니


내 본능은 결국 가정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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