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옥황상제가 세상의 모든 꽃들을
불러 모았다
꽃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곱게 단장을 하고
늦지 않으려 옥황상제의 꽃밭으로 향했지만
단 한 하나 접시꽃만이
떠날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한다
이유는 자신의 틀을 가꾸어주던 주인이
오지를 않아 작별인사를 하지 못해
결국 옥황상제의 꽃밭에 가지 못했던 꽃
꽃이라 불리지만
흔하고 쉽게 피어 마치 풀처럼 되어버렸고
돌보는 이 적어 벌레가 자주 끼어
조금만 날이 더워지면 추해지기 쉬운 꽃
그 접시꽃은 주로 길가
문가
창 밑에 피곤 한다
한 시인에 의해 다시 태어난 접시꽃
아니 어쩌면 반대로 접시꽃이 한 사람을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세상으로 나갈 문을 열어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운명이란 분명 있는건가보다
신 한편으로 유명인이 되고, 정치인이 되기도 하고
사실
접시꽃 그 자체는 아무런 내색 없이
길거리, 집문앞, 창가에서 다소 촌스러운 한 시골 아낙과도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하고 있건만
그 꽃말도 단순, 편안이다
사랑을 말해도 접시꽃은 단순한 사랑을 말해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두 가지인 듯
다른 시샘의 눈으로 지은 꽃말은
아양 떠는 사랑이고 풍요롭고도 다산을 말하는 꽃이라고도 하니
시인은 이 꽃말의 어느 쪽을 보고 시들 지었을까?
사랑은 했겠지만
그 마음으로 시를 지어 이름을 얻었겠지만
그 이름 덕에 얻은 또 다른 사랑과 세상, 지위, 권력은
본인의 것이었을까?
제비가 날라온 접시꽃씨에 담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