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숫가의 문제가 아니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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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숫가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부터 거리의 새들이 바뀐 듯


참새와 비둘기

물가엔 청둥오리 등을 쉽게 보게 되나

제비를 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다 아는 듯하면서도 지금은 아니니 하면서 보내는 것들


보고도

듣고도

말하지 않는

내일이 불현듯이 다가올 텐데


의사로 살아온 것이 어느덧 삼십여 년이 되간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수료하고

전문의를 지원할 때만해도 당연하게 과에서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은 메이저 과라 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내외산소가 일순위로 선택되었었는데......


의사라면 당연히 생명, 바이탈을 다루는 과를 택하려 했던 시절

첫 전문의가 되고 100일당직에 들어섰었다

겨울에 들어가 첫 퇴근을 할 때 계절이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서서 잠을 자고

수시로 불려대던 콜

당직이 아니어도 환자상태에 따라 퇴근은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


내 환자를 잃고 나면 좌절감에 술에 취하던

그 감정에도 오래 취하지 못하고 다시 불려 다니고

뛰어다니면서도 두꺼운 책을 끼고 살아야 했던 시절


누군가 박원장이라는 웹툰을 한 번 보라 해서

보니 그 시절이 생각난다

힘들고 고됐지만 그게 의사로서의 길이라 생각했었던 시절


그 내외산소 의료의 기본이 되는 과들은

현 의료시스템하에서는 숫가가 택도없이 비현실적이라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표적 의사의 길이었던 메이저 과들의

지원이 어느 순간부터 미달


당장 간단한 맹장환자도 응급실이 아니면 보낼 곳이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


대표적 대형병원이라는 아산병원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신경외과 수술을 할 인력이 없어

간호사가 사망하는 것이 바로 현실


이를 의사의 숫자로 또 해석하려는 언론이나 사회관도 있지만

의사는 넘쳐난다

다만, 해당 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지

당장 내 자식을 의대에 보내고 싶어하지만

고되면서도 수익이 적은 과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하면서 멋지고 수익을 보장받는 과를

선택하게 하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


메이저 과들이 사라져간다

그 결과는 모든 것을 결국 환자가 짊어져야 할 짐으로

남게 될 텐데


보면서도 눈을 가리고

들으면서도 귀를 막고

입으로 다른 말을 한다면

그 내일은 바로 오늘이 될 텐데


몇 푼의 의료숫가가 아닌 근본적 의료시스템의 변화를 고려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의사가 경영을 배우고 알아야 하는 시대?

비영리라 하는 의료행위에서의 경영의 논리는 어떠한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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