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게 아닌 바보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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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게 아닌 바보다


가을의 계절 탓일까?


걸으면서

산을 오르면서

진료실의 한가로운 시간대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더 젊은 시절

꿈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오락가락하며

서로 섞인 시간과 사람들, 이야기들이었지만

아마도 어제 걸으면서 사로 잡혔던 생각의 연장이었던 듯


실패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시의 고민과 좌절감

굳이 핑계를 찾아보면 그 때가 컸지 않았을까 싶다

실패와 선택에 대한 나 스스로 내가 내게 주는 두려움

남이 나를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글 쓰기를 좋아해서 대학입학 후 학보사에 들어갔지만

선배와의 갈등으로 몇 달을 버티지 못했었다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사소한 것

다툼이 있었다 해도 내 의견을 말하면 될 것을

그 자리를 피하는걸 택했고

그 뒤로도 유사한 상황에서 난 피했다

좋게 말해 피한 것이고

다시 생각하면 도망을 했던 듯


그 도망은 대학강단에서 사표를 던진 것도

내 자의라기 보다는 대학 내 이른바 파벌의 부딪침을

이기려 하기 보다

핑계로 똥이 무서워 피하냐는 식으로 합리화했던 듯


그 뒤로의 내 삶도

내가 하고 싶고

내가 나를 살아오기 보다

사회 속의 기준 하에 보여주기 식

서로 가는 길이 달라졌음에도

학교를 떠난 뒤 학교에 있는 동료, 선후배들과의 경쟁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던 것을 이 시간,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느끼게 된다


내가 나를 힘들고 피곤하고 고됨을 주어왔었구나

바보스럽게 이제라도 나를 풀어주면 될 것을

아직도 메여있나 보다


삶,

바보 같은 것이 아닌 바보로서의 삶을 살아오고 살아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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