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중 일부
우물 속 달빛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하게 보일까?
아침이면 무심하게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본다
그 속에 있는 게 나인데 나인 줄도 모른 채로
머리를 빗으면서 거울을 본다
빗겨지는 머리만을 볼 뿐 나를 보지 못한 채로
무언가 잘 못 들어선 듯하면서도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잘 못 끼운 단추를 그 어긋난 끝이 나올 때까지 계속 이어가는
바보 같은 시간들을 보내는 나를 보기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