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시환 Nov 14. 2023

몇장 남지 않은 일기장

‘……. 발갛고 금빛으로 물든 가을 잎사귀들

당신의 입술 여름의 키스가 보여요 ……..’


가사로는 낯설 수도 있을 듯싶지만, 많은 이들이 가을이면 읊조리곤 하던 이브몽땅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Autumn Leaves)의 일부 가사다.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가을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면

당신이 떠난 이후에 하루가 길어졌어요…… 


달력이 들어오는걸 보니 계절과 함께 한 해가 가나보다

1년을 함께한 일기장도 몇 장 남아있지가 않다

애용하던 펜의 잉크도 다 된 듯 쓰여지다 끊긴다

모든 것들이 떠나고 떨어지는 계절인가?

더 떨어질게 남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시계를 바라보며 궁금증이 든다

왜 분침이 시침보다 더 길까?

초침은 가느다랗고 길면서 참 방정맞게도 쉼 없이 돌아가건만

짧은 시침은 엉큼스럽게 아닌 듯이 내 몰래 움직여 지나가버리는 기분이다. 내가 걷는, 걸어온, 걸어가야 할 길 위, 몇 번째 낙옆들이었지

매거진의 이전글 F=m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