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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시환 Nov 23. 2023

가장, 아버리라는 존재로서의 가벼워짐

가장, 아버지라는 존재로서의 가벼워짐


어제는 퇴근 후 물어볼게 있다는 친구의 말에 가벼이 자리를 했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일어나

헤어진 뒤 혼자 한 잔을 더 하게 됐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친구의 넋두리

내 아는 그 친구는 성실했었다

가정과 직장 이외의 취미도, 술도, 노름도, 주식도 모르던 친구


언젠가부터 가족들 사이 자신의 위치가 사라짐을 느끼게 됐단다

자식들은 아버지인 본인보다 곁에 있어도 친구가 우선이었고

식탁 위에서도 각자가 본인의 수저와 젖가락을

어쩌다 수저세트가 바뀌면 자신의 수저를 가져가 물에 씻어서 사용하는 모습

커피를 마셔도 맛보라며 입술이 닫지 않은 반대편으로 돌려주는 잔


생일 케익에 불을 붙이다 보니 어느덧 60개에 다달했지만

불려지는 노래는 귀찮음, 형식이 느껴지며 자리를 뜨고 싶고

숨고 싶었단다


그게 우리 나이 가장, 아버지의 모습일까?

부유한 처갓집에서 수십 년간 이러 저러한 모습에

힘겨워하며 그래도 친구랍시고 자리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어제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입 바랜 말이 나오지를 않아 그 져 술잔이나 채워준 자리, 안주로 나온 순대국밥이 식어가는 것처럼 우리 내 인생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검사결과를 물어오던 다른 친구들과의 자리로 생각했다 마주한

현실적인 모습에 마음의 돌 하나 얹어 들어오는 길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에 소주한 잔

줄담배를 피게 된 어제의 마무리 시간이었나 보다


오늘도 마음이 가볍지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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