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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고

상실끝에 보상받은 2024년 회고

용두사미? 용의 머리처럼 컸지만 사랑은 아름답다!

by 허지인

회고가 없는 2024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신없이 맥을 못 추리는 한 해를 보냈다.

그래도 연례행사인 연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사실 12월 말쯔음해서 중심과 균형을 잃고 마음이 감정에 나부껴 조금 힘들었는데

그때 힘이 되어준 것이 내가 이전에 썼던 글이다.

지금 쓰는 이 글이 내년에 균형을 잃을 나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한 번 적어본다.


길고 지난한 전세 보증금 반환 소송이 끝이 났다.


지난 2022년 9월에 시작한 전세 계약 사고가 2024년 7월 18일로써 끝이 났다.

정말 많은 내용을 적었다가 지워버렸다. 2024년 회곤데 소송에 대한 내용만 넘칠 것 같아서다.

이 내용은 날 위해서, 또 나와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IMG_56ADB05C995B-1.jpeg 허그 보증보험에서 들어온 전세금


썼다가 지워버렸지만 도중에 깨달은 건 내가 정말 많이 고생했다는 거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칭찬 한 마디를 해본 적이 없다. 늦었지만 나에게 칭찬 한 마디 덧붙여 본다.

'항상 내 곁에서 모든 일을 함께해 줘서 고마워. 누구보다 대단한 너를 난 자랑스럽게 생각해.
널 그동안 소중하게 여겨주지 않아서 미안해. 널 몰아붙이고 괴롭혔던 때가 생각나서 괴로워.
내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너를 앞으로는 사랑하고 아낄 테니 용서해 줘. 사랑해 나야.'



시사할 점은 소송이 끝난 지금보다

소송 중에 더 많은 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소송덕일지도 모른다. 힘들 때 내가 주안점을 뒀던 건

'힘들기만 한 사람이 되진 말자, 내 하루를 쪼개서 성취감을 이뤄 행복하자'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힘든 그 와중에 나는 나로서 온전하고 행복했다.


지금은 살짝 놓아버린 긴장감에 예전만큼의 성취감을 갖고 가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누렸던 행복감을 다시 맛보고 싶다. 힘듦 없이도 말이다.






30대 여자의 이별과 결혼은 어떨까?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내 글 중간중간에도 등장했었을 텐데 2주년 맞이하고 얼마 안 있어서 헤어지게 되었다.

미래에 서로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늘 속으로 하고 있었다.

난 30대 초 소위 결혼적령기였고, 비혼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결혼이나 미래에 대한 얘기는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가 그때였던 거다. 그때 또한 내가 은근하게 미뤄왔던 건지도 모른다.


이왕 결혼에 대한 뜻이 맞지 않아 헤어진 것이니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소개팅을 하자니 사람을 구하는 것도 머쓱했고 자신도 없었다.


30대 들어서고 나서 결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어렸을 땐 결혼이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집이 화목하지 않았을뿐더러 부모님이 결국 이혼하셨기 때문에 내가 화목한 가정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결혼할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패배의식이 있었다.


그러면서 걱정했다. 결혼하지 못한 소위 '결혼 못한 적령기가 지난 여자'에 대한 인식을 지나치게 신경 쓸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셰도우 복싱일지도.) 하지만 그런 의식을 타파하려고 결혼을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 시선 신경 써서 하는 결혼이 과연 행복할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난 결혼이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결혼에 대한 패배의식이 있다는 건 내가 그걸 원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을 안 한다고 한 건, 내가 좋은 결혼생활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하는 도망침이었다.


스크린샷 2025-01-15 오후 4.52.47.png 2020년에 적은 나의 인생 목표


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행복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욕망과 두려움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맞붙어보리라고 생각했다.

도전 안 하고 평생 회피하다는 것보다는 부딪히고 상처 입는 게 낫지.


여하튼.. 소송에, 인생에 지친 내게 축복이 든 건지 좋은 분을 만나게 됐다. 좋은 소식과 함께.


잠깐 위에 언급한 '남의 시선'이라는 잣대는 내게 큰 생각거리다.

하도 골머리를 앓았던 주제고 회피하고 싶었지만 언젠간 맞붙어야 할 테다.


잠깐 생각해 본 결론으로는 남의 시선 또한 내 결핍과 관련이 있고, 내 결핍을 스스로가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인정을 하지 않으니 남의 인정이라도 빌려와서 채우려는 꼴이다.


하지만 '남'은 너무 다양하고 넓은 타자다. 모든 '남'에게 인정받을 수는 없다. 절대.






커리어의 새로운 계단을 밟았다.


링크드인을 시작했었다.

워낙 SNS에 중독이 잘 되는터라 시작하고 싶지 않았는데 주위 사람들 보면 링크드인으로 커리어의 새로운 발판을 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 또한 브런치에 썼던 커리어 관련글들을 그대로 퍼다 날랐다.

콘텐츠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덕분에 여러 곳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헤드헌터들에게서도 연락이 왔지만 1회성 멘토링이나 연사요청으로 UXUI 부트캠프에서도 종종 연락이 왔다.

주기적인 멘토링은 아무래도 힘들지만, 1회성 멘토링이나 연사 활동 같은 경우는 가능할 것 같아서 몇 개는 진행했다. 나에게 엄청 좋은 기회였다.


원티드 글 기고, 넥스터즈 연사, 제로베이스 연사, 이스터에그 연사, 유니톤 멘토 등등

다양한 활동에 참가했다.

IMG_0425.JPG 유니톤 멘토링
IMG_8983.jpg 이스터에그 1일 연사


처음엔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과연 주니어들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행하면서 느낀 건 '내가 보냈던 6년이란 시간은 엄청난 가치'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하는 기본이 주니어들에겐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것, 내가 주니어였을 때 필요로 했던 것들을 종합해서 전달했다.

나의 이야기와 정보들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추후에 본인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요청하시는 분도 있었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지만 나 또한 모르는 게 많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깨닫지 못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그때의 나를 대하듯, 내가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알려줬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한다. 그 말이 딱 맞다. 누군가의 멘토가 되면 될수록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디자인 가치관이라던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바로 보게 되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의견을 전달할 때는 본인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생각을 명확하게 정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알게 되었다는 건 이제 고찰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포트폴리오가 많이 개선되었고, 이직을 했다며 감사 카톡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IMG_8438.JPG 나야말로 감사하다!


↓그리고 아래에는 원티드에 기고한 글이다



그 외에 친구가 요청해서 해커톤에 참가하기도 했다. 30살 넘어서 1박을 밤샌다니, 이젠 절대 못할 거다.

그다음 날은 골골거리면서 아프기까지 했다. 1등 했으니 망정이지.


AI를 활용해 여행코스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회사일은 어땠나?


작년에 패션 바이 카카오라는 서비스에 손을 떼면서 지그재그의 리텐션 지면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1회성이 짙은 이벤트 서비스를 주로 디자인했다.


개선 프로젝트보다는 구축 프로젝트를 맡았다 보니 심도 깊은 UX 고민은 주로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주목을 받고 혜택을 어필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했다. 처음엔 그런 상황에 '난 다양한 걸 많이 해왔었으니까 이렇게 벌려놓는 구축 프로젝트가 더 맞아!'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계속되니 '음?' 스럽다. 지속적으로 빨리 해야 하며, 그 와중에 챙겨가고 싶은 기능들이나 UX는 개발 우선순위에 밀려서 안 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 보니 타협을 하는 순간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열의가 예전보다는 증발한 상태다.


신년에는 커리어 적으로 열의를 되찾는 때가 오길 바란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일하면서 불행한 건 안타깝다. 우린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기 때문이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


동해 삼척

지현, 성규오빠랑 삼척 여행을 다녀왔다. 강원랜드 들렀다가 동해로 가서 허구한 날이라는 곳에서 문어숙회를 먹었다. 자세한 건 유튜브 영상에 있다! 이 영상 정말 우연히도 3만 뷰 달성했다. 댓글은 무시해 주길 바란다 ㅎㅎ



중국 시안

지현, 종국오빠, 성규오빠랑 중국 시안에 다녀왔다. 시안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던 곳이었다. 병마용갱도 있고 진시황릉도 있어서 보고 싶었다. 진시황의 그 엄청난 권력을 느껴보고 싶었달까? 병마용갱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죽기 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더위는 싫었지만 뭐, 더위는 지금은 기억 안 나니까!


북경오리 고기, 미즈량피, 우육면, 마라롱샤, 양꼬치, 버블티 등 중국 스러운 건 다 먹고 왔다.

성규오빠 덕에 언어 문제도 겪지 않고 다녀왔다. 정말 너무 즐거운 여행이었다. 얼른 브이로그를 편집해야 되는데 아직도 편집 안 하고 있는 나의 게으름을 보라!


IMG_3807.HEIC 거리에서 선리기연 명장면이 그려져 있길래 찍었다. 이 장면이 좋다.
IMG_4126.HEIC 인생 역대급 공연이었던 장한가. 1,000% 추천한다.


그리고 애인이랑 담양, 제주도, 속초, 양주를 다녀왔다!


새로운 곳을 다니든 늘 익숙한 곳에 머물든 함께 있음에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나눴던 얘기가 전부 기억나지 않겠지만, 그 얘기들은 우리의 공기에 머무르리라고 생각한다.






건강과 다이어트


52kg이던 내가 거의 6개월 만에 8kg가 쪄버렸다. 연애도 시작하고 먹던 정신과 약을 끊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왜 쪘는진 자세히 모른다. 이후 4kg 정도 빼긴 했는데 근육량도 많이 줄어서 고민이다.


척추와 목의 건강이 좋지 않다. 체형 분석, 정형외과를 다녀왔을 때 일자목, 척추측만증, 골반 전방 경사 등등 소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왼쪽 날개뼈 부근 근육통이 있었다. 현재도 목과 승모근, 어깨 부근에 통증이 있다. 그래서 체형을 교정해 주는 PT를 결제했다. 제발 나아지길 바라본다.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가슴에 작은 결절이 있었다. 지금은 추적 검사 중이라서 지켜봐야 한다.


이전에 금니를 했었던 이가 아파서 치과를 다녀왔다. 또 금니로 때웠다. 이는 너무 소중하다.


소송 중간에 너무 지쳐서 약손명가 20회를 끊었다. 지금은 10회만 하고, 10회는 홀딩해 둔 상태다.


정신과를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원래는 이렇게 바로 그만두면 안 되는데 약이 이제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느껴져서다. 안 먹은 지 오래됐고, 그러면서 약을 타는 게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사용할 연차도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 외..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러 갔다 왔다.

회사 다닌 지 3년이 되었다! 3년 근속 장려금을 받았다.

늘 나의 리더였던 제이콥이 퇴사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TF를 시작했다.

이제는 로띠 장인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5 게임을 다시 해봤다.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을 봤다. 어마어마했다!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고 왔다. 절박하고 생생한 순간의 포착, 공감 못할 감정이 우르르 몰려왔다.

감사일기를 그래도 꾸준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일기에서 발췌

최근엔 내가 나에게 있어주지 못해서 괜한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애인에게 제대로 털어놓고 지금 이 회고를 쓰고 있는 순간만큼은 또 괜찮다. 내가 나를 돌보는 느낌이랄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 것이고, 설사 일어난다고 한들 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믿는다 사람들을. 나의 문제와 상대의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지나와 생각해 보면 난 많은 것을 경험했던 것 같고, 지속적인 도전을 해왔던 것 같다. 나는 나를 게으르다고 판단하는데 지나가보면 생각보다 늘 많은 일을 해왔다. 참 신기하다.
일상은 뜨개질 같다. 꾸준히 작은 일을 반복한다. 작더라도 구멍은 크다. 구멍을 메우진 못하더라도 뭔가가 완성되는 일 그런 일 같다.



2025년의 계획은?


그거 아는가? 나의 2024년 계획은 거창했다.

러닝 200km 뛰고, 보증금 반환 결과 유튜브를 찍고, 혼자 여행을 다녀오며, 12월에는 오픽시험을 보고, 책 20권을 읽으며(4권 읽었다), 유튜브는 20개 업로드하고 구독자는 1,000명을 돌파, 브런치는 구독자 300명을 돌파하려고 했다.


여기서 된 게 아무것도 없다! 난 정말 게으르다. 이상은 높고 현실의 나는 지금에 안주한다. 얼마나 불행한 루트를 타는 삶인가. 하지만 뭐 이제는 익숙하다. 나는 다른 걸 하기 때문에 계획을 지키지 않은 것에 쉽게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반성은 할 거다. 이번연도는 좀 계획한 대로 해보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사는 대로 살지 않을 거다! 이성적으로 생각한 대로 살 거다!


여하튼 신년 계획은 아직 크게 떠오른 것은 없지만, 나중에 제대로 세워보겠다.

나의 한 번 뿐일 경사 잘 마치기.

젓가락질 제대로 마스터하기.

중국 여행 유튜브 올리고 유튜브 다시 시작하기.

PT 40회를 무사히 끝마치고 지방 8kg 정도 빼고 싶다.

자세가 바르게 되며, 자세로 인한 통증이 없으면 좋겠다.

달리기 다시 시작하기 100km 라도 채워보자.

브런치 글 10개 업로드하고, 구독자 300명 채워보기!

책은 10권 읽자.


소소하겠지만 전년도 보다 나은 나를 응원한다.

IMG_7425.HEIC 2024년 일력! 너무 유용하게 잘썼다. 무빙워터 일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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