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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치하니 Dec 17. 2020

시 | 엄마라는 당신은 꼬록한 순간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은 행복하오...

꼬록꼬록

나는 가라앉고 있다. 

사연 많던 인생은 단 1초의 단편 영화로 만들어졌고

쓸데없이 하품만 나오던 내 입안은

어느새 한강이 되었다.


꼬록꼬록

한 발자국만 더 내디뎠을 뿐인데

발이 닫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저 멀리 누군가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다.


꼬록꼬록 

수영도 못하는 그녀는 모기 같은 나의 목숨을 건지겠다고 

구명조끼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꼭 살려야겠다고.


꼬록꼬록

정신을 차리고 가파른 숨을 멈추어

더 깊이 가라앉아 그녀의 엉덩이를 받쳤다.

제발 올라가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수면 위에 떠있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꼬록 꼬록 한 순간에도

당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는 사람.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은

행복하오...




아주 오래전, 필자는 물에 빠져 죽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물에 빠진 나를 구하겠다고 수영도 못하는 엄마가 무작정 물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보며 "나는 죽어도 되니 엄마는 살려야겠다"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대신해 죽을 수 있고, 그 상대가 "엄마"라는 것을 느낀 순간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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