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어느 날의 첫경험
벗겨진 검은색 구두 너머로 보이는
찢겨진 당신의 발꿈치는
나이론 커피 스타킹과 함께
항상 피범벅이가 되어있다.
아프지 않소..
답답한 구두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한 당신의 발은
마치, 10시간을 정글 속을 헤맨
호랑이 암컷의 발을 닮았다.
아프지 않소..
가슴이 저려왔다.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의 나는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그렇게 나의 첫머리 감기는
5살 겨울에 시작됐다.
어떻게 감아야 하지.
그녀가 오기 전에 감아야 하는데.
무작성 세숫대야에 물을 담는다.
샴푸를 먼저 짜야하나,
머리를 먼저 적셔야 하나.
마음이 급해진다.
곧 그녀가 올 시간이다.
짧디 짧은 나의 손과 발은
오징어 다리가 되어버려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떡하지...
어깨너머 배운 실력으로
고사리 같은 손바닥에
샴푸를 꼬옥 짠다.
엉덩이를 높이 쳐들어
머리에 물을 적시고 거품을 낸다.
내 눈은 배가 고픈지
자꾸만 샴푸를 먹는다.
따가움에 울음을 간신히 참아보지만
두 발은 어느새 스카이콩콩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오기 전에 감아야 하는데...
내 엉덩이가 천장을 닫기 직전에
그녀가 들어왔다.
신기한 듯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실 눈을 떠 그녀를 맞이했다.
"엄마, 안녕!"
5살의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내 이 두 발을 가져가도 좋으니
그녀의 발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나는 애늙은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