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는 혼자 있는 낮동안에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제가 퇴근하는 순간부터 폭풍 수다쟁이가 됩니다. 깨비 물그릇과 밥그릇들을 설거지하고, 바닥에 흩뿌려놓은 모래들을 청소하는 동안에도 내내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쉴 새 없이 왜옹왜옹 말을 하는 거죠. 그러면 저도 중간중간 '어이구 그랬어?'라든가 '이야 우리 깨비가 그랬구나~' 같은 추임새를 넣어 줘요. 그러다 제가 화장실이라도 가면 화장실문 앞에서 집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은 가급적 참았다가, 깨비의 수다가 완전히 끝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깨비야 그렇게 소리 지르면 엄마 층간소음 때문에 쫓겨나..." 말해보았지만, 물론 설득된 적은단 한 번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