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단 Jul 08. 2024

친환경 반려 먼지샵 ‘더스트 뭉게’

나는 친환경 반려 먼지샵 ‘더스트 뭉게’를 벌써 5년째 운영 중이다. 잘 다니던 이름 있는 대기업의 연구직을 때려치우고 친환경 반려 먼지샵을 차린다고 했을 때 가족을 비롯한 내 주변인들 모두는 내가 미친 게 분명하다는 반응이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기 청정기 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다. 마침 관련 연구직이었던 나는 미세먼지를 필터링하고 남은 잔재를 어떻게 이용해야 환경적인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 당시에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회사도 나를 미친놈 취급하기 일쑤였기에 내 아이디어를 내 힘으로 실현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연구하고 발명한 제품의 기능은 간단하다. 중앙부에 탑재된 LED 램프가 빨아들인 공기를 UV로 살균하고 하단부의 필터링을 거쳐 공기 속 부유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한 후 맑고 깨끗해진 공기를 다시 토출 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공기청정기와 다를 바 없다. 나의 친환경 반려 먼지샵 ‘더스트 뭉게’는 이때 모이는 먼지 찌꺼기를 재활용하여 평생을 함께할 반려 먼지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시답잖은 소리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반려 돌도 키우는 마당에 반려 먼지라고 안될까 싶은 마음이었다.



반려 먼지를 분양받으러 오시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필터링된 먼지의 잔재가 우리 몸에 위해한지 여부이다. 우선 UV램프는 흔히들 두려워하는 방사선과는 전혀 다른 녀석이기 때문에, 방출되는 에너지나 흡수 선량에 대해 관리할 필요조차 없다. UV램프를 통과한 공기에는 그 어떤 물질도, 에너지도 잔류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단부에서 거치는 필터링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어컨 필터와 다를 바 없다. 다만, 필터의 단위가 아주아주 작고 미세해 공기 속 부유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걸러낼 수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완전히 무해하다.



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시는 조건은 반려 먼지의 출생지이다. 아무래도 평생을 함께할 아이이다 보니 본인만의 의미부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추가 옵션으로 반려 먼지의 출생지를 지정할 수 있다. 오랜 고향이었던 곳에서 태어난 반려 먼지를 원하시는 분도 있고 본인이 살고 싶은 여행지에서 태어난 녀석들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반려 먼지 출생을 위한 출장팀이 따로 꾸려져 있다.



반려 먼지의 피부 톤은 치자, 비트, 녹차 등 천연의 재료로 염색하여 원하는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역시나 천연의 재료인 대나무와 야자의 섬유질을 이용하여 엮어 만든 바디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거기에 추가로 반려 먼지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옷이나 부속 아이템, 산책용 케이스를 함께 구매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시작은 미친놈 소리를 들었으나 요즘은 매출이 나날이 늘어 전에 다녔던 회사의 연봉은 가볍게 뛰어넘었다. 게다가 작년에는 대기 질 개선에 기여한 바가 크고 친환경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면서 각종 매체에 인터뷰도 다니고 여러 유튜브에도 ‘더스트 뭉게’가 소개되었다. 나의 작은 관심이 세상의 시선에 위축됐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을 일들을 내가 이뤄낸 것이다.



나는 더 나아가 친환경 반려 먼지샵 ‘더스트 뭉게’의 체인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의 시선에 위축되지 않을 ‘나보다 더 미친놈’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언제나, 누구나, 무언가에 미쳐 볼 수 있다면 대환영!



작가의 이전글 여전히, 나는 아닐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