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파하고 집에 가는 길
대리운전에 전화를 하니 1743 기사님이 모시겠단다
외발 킥보드를 타고 오신 중년 여성 기사님
차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집 쪽으로 모는데
나는 여기 길이 좁네 하며 애써 딴청을 부렸다
나는 월급을 쪼개서 쓰고
기사님은 월급을 버는 것일 뿐인데
원치 않는 신분상승을 한 것 같았다
기사님은 내 어색함을 눈치챈 것인지
지금 달리는 길이 어쩌고 하며 분위기를 푸는데
그 말들이 마치 세상은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거라고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주차를 끝내고
추운 날씨에 외발 킥보드를 타고 다음 콜을 기다릴 기사님이 마음이 쓰여
괜히 돈도 안 되는 인사를 여러 번 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이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듯
킥보드에 올라타 유유히 떠나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