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에 선물이 있었던 크리스마스가 한 번 있었다
책 두 권이었다 내 것, 동생 것
난 울보였고, 착한 일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놓여 있었다
서늘한 냉기가 남아있던 그 책은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아 선물같아 보이지도 않아서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던 이가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새벽같이 문을 연 서점에서 산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도 처음 하는 산타 노릇이 어색했으리라
막연히 여기고 책을 문질러 냉기를 닦아낼 뿐이었다
전구가 달린 트리도 없고
진부하지만 매일 하기는 낯간지러운 말이 적힌 편지도 없고
빨간 양말 하나 없는
파삭파삭 낭만이라고는 없었지만
은근히 산타인 척
알면서 모르는 척
약간의 온기는 남아있던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