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따라 공원에 나온 개들은
하늘과 땅, 나무둥치와 잔디에 제각기 코를 박고 있었다
냄새를 맡는 것이 숙명인 양
하나같이 빤들빤들한 코를 벌름거렸다
자기 코를 따라가다가 다른 코와 만나면
코부터 항문까지 서로의 체취를 한참 감상했다 목줄에 끌려가면서도
아마 냄새에 그 개의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허공에 이야기를 흩뿌리는 동안
개들은 냄새에 이야기를 새기고 코로 꼼꼼히 맡고 있었다
아마 집에 돌아가서 코에 담은 스토리를
방석 위에서 발을 빨며 되새기겠지
미처 다 열어 보지 못한 이야기는 꿈에서 열어볼 것이다
몸을 말고 코를 다리 밑에 숨긴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