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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Jan 03. 2022

공원에서

개코

주인을 따라 공원에 나온 개들은

하늘과 땅, 나무둥치와 잔디에 제각기 코를 박고 있었다

냄새를 맡는 것이 숙명인 양

하나같이 빤들빤들한 코를 벌름거렸다

자기 코를 따라가다가 다른 코와 만나면

코부터 항문까지 서로의 체취를 한참 감상했다 목줄에 끌려가면서도

아마 냄새에 그 개의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허공에 이야기를 흩뿌리는 동안

개들은 냄새에 이야기를 새기고 코로 꼼꼼히 맡고 있었다

아마 집에 돌아가서 코에 담은 스토리를

방석 위에서 발을 빨며 되새기겠지

미처 다 열어 보지 못한 이야기는 꿈에서 열어볼 것이다

몸을 말고 코를 다리 밑에 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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