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가족이 모이던 적이 있었다
기념할 것 없던 일요일
엄마는 우릴 데리고 놀이동산에 갔다
아빠는 일요일도 없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토요일까지 일했으면서
억척스럽게 김밥을 싸고
카메라는 빌리고
시외버스에 우리를 태워 가난한 소풍을 떠났다
놀이동산이란 걸 말만 들었지
가본 적 없던 우리는
자유 이용권을 끊을 돈도 커다란 청룡열차를 탈 자신도 없어 입장권을 끊었다
겁 많은 엄마는
범퍼카, 회전목마 같이
땅에 붙어 타는 기구들에만 우리를 태우고
자기는 카메라로 사진만 찍었다
우리는 바보같이 엄마에게 손 한번 흔들지 않았다
벤치에 설치된 웃는 카우보이 옆에서
얼굴만 뚫려 있는 만화 캐릭터에 얼굴을 넣으며
입구 계단에 셋이 같이 앉아서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웃지 않았다 웃으려고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
오늘이 가면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가끔 서로를 귀찮아 하기도 하지만
같이 있으면서도 헤어짐을 불안해 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일요일이 애틋했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