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깔끔하게 Nov 28. 2021

소풍

어느 일요일

일주일에 한 번 가족이 모이던 적이 있었다

기념할 것 없던 일요일

엄마는 우릴 데리고 놀이동산에 갔다

아빠는 일요일도 없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토요일까지 일했으면서

억척스럽게 김밥을 싸고

카메라는 빌리고

시외버스에 우리를 태워 가난한 소풍을 떠났다


놀이동산이란 걸 말만 들었지

가본 적 없던 우리는

자유 이용권을 끊을 돈도 커다란 청룡열차를 탈 자신도 없어 입장권을 끊었다


겁 많은 엄마는

범퍼카, 회전목마 같이

땅에 붙어 타는 기구들에만 우리를 태우고

자기는 카메라로 사진만 찍었다

우리는 바보같이 엄마에게 손 한번 흔들지 않았다


벤치에 설치된 웃는 카우보이 옆에서

얼굴만 뚫려 있는 만화 캐릭터에 얼굴을 넣으며

입구 계단에 셋이 같이 앉아서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웃지 않았다 웃으려고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

오늘이 가면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가끔 서로를 귀찮아 하기도 하지만

같이 있으면서도 헤어짐을 불안해 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일요일이 애틋했던 시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