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깔끔하게 Jun 17. 2023

수능을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한다고?

수능 대입 국장이 교체됐단다. 150일밖에 안 남았는데 괜찮을까 싶지만 언제나 그랬듯 방법을 찾아내겠지. 어쨌든 수능에 발 걸친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하고 있으니 나도 한 마디 거들고 싶다. 단, 다른 과목은 모르니 국어만 갖고 얘기하자.


 국어 선생으로서 그동안 좀 불만스러웠던 것이 국어 지문 난이도가 갈수록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 비문학 지문은 5, 6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손도 못 대도록 만들어 놓았다. 해가 갈수록 사교육계의 시험 분석이 정교해지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이 내신이 부족해도 열심히만 하면 역전이 가능한 정시 전형의 도구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난이도는 도가 지나쳤다. 9등급도 마음 다잡고 문제지를 펼쳤을 때 한 두 문제는 읽히는 게 있어야 희망을 갖고 공부를 할 것 아닌가. 문제를 보고 있자면 그냥 의대생을 뽑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넌 몇 등급이야? 5등급? 수시로 대학을 찾아서 가렴. 수능이 이만큼 어려워져서 지금부터 준비해서는 힘들거야.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올해 수능의 기조를 바꾸는 건 좀 너무했다. 뉴스가 나온 이후에 후속보도가 속속  나올 거고, 정부의 해명과 반박이 있을 거고, 정치인들은 또 논쟁을  할 거고, 아휴 벌써 머리 아프다. 옳든 그르든 지금 체제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나보다 더 머리 아플 예정이다. 뭘 바꾸려면 피해보는 사람이 최소화되는 시점으로 정했어야 하지 않나.


 아, 그리고 내 기억에 수능은 전전전 정부에서 이미 학교에서 가르친 것만 내겠다고 공표했다. 이미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비문학은 읽기 능력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지문을 활용해 평가하는 당연하다. 이미 배운 지문을 내면 암기된 내용이 평가를 방해한다. 심지어 국어는 검정 교과서라서 특정 교과서에서 지문을 갖고 오면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비문학을 없애? 그러면 독서 능력 평가가 안 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수능이 다시 쉬워질 수 있나 하면 그것도 좀 어렵다. 5지선다 형태를 유지하는 한 문제 유형도 제한될 것이고, 이미 20년의 노하우를 쌓은 학원가는 쉬워진 시험을 파헤쳐서 상위권 학생들을 모두 만점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변별력이 생명인 시험에서 변별력이 줄어들면 그것도 참 문제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야. 급진적이지만 이제 5지선다 형태의 시험이 폐기될 때가 아닌가 한다. 줄세우는 데는 이만한 시험이 없지만 그건 학생이 많았을 때 이야기고, 요새는 어차피 대학 정원 수가 학생 수보다 많지 않은가. 각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전공 특성에 맞게 뽑아가야 할 때다.

매거진의 이전글 졸업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