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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Aug 30. 2023

파업하면 파면한다고?

기막힌 문제해결

 얼마 전 큰 이슈였고 아직 하나도 해결된 것 없는 서이초 사건으로 교무실 분위기가 심상찮다. 중고등학교는 좀 덜한데 초등학교에서는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다. 파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9월 4일 연가 투쟁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준비를 하는 중인 것 같다.


 파업이란 노동자가 처우에 관련해 할 말이 있으니 들어달라는 뜻이다. 특히나 파업이 허용되지 않는 교사 집단에서 파업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은 나와서 협의로 풀자는 의미가 강하다. 그동안 더러운 꼴을 봤어도 혼자 참아왔다. 그런데 사람이 죽었지 않느냐, 이거 혼자 해결 못 한다, 문제 해결해 다오, 아니면 같이 해결하자 뭐 이런 뜻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파업하면 파면이나 해임을 한단다. 정상적이라면 아 상황이 심각하구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사건이 일어났고, 아마 여러 경로로 현재 문제가 뭔지 교육부에 보고가 되었을 것이고, 그러면 파업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맥락을 충분히 알텐데 대화를 더 하자는 말은 없고 파면이나 하겠단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가,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건가, 아니면 말단 공무원들의 말은 들을 것도 없다는 뜻인가.


 교육부의 발표를 보자마자 요것봐라?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아마 많은 교사들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체제에 순응하는 걸 당연히 여겨온 교사들에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반골 기질을 불러일으키는 교육부가 참 대단하다 싶다. 


 요즘 자주 보도되는 기상천외한 교권 침해 이야기들도 아마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경찰은 사실 관계조차 왜곡한 발표를 하다가 걸려서 변명이나 하고 있고, 교육부나 교육청의 대책은 역시나 기대 이하다. 못 참겠다고 소리지르는 사람들한테 짜르겠다고 협박이나 하는데 뭘 기대하겠는가.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교사 혼자 삼켜왔던 일들이 세상에 나오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세상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았으니 위로는 좀 더 해주지 않을까. 적고 보니 다행이라 할 것이 너무 한 줌 모래 같아서 한숨이 나온다.


 아,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들 옛날에 애들 패고 촌지 받고 차별하고 그러더니 업보를 되돌려 받는 거다. 징징거리지 마라! 뭐 이렇게 쏟아낸다. 학창시절에 당했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릴 적 내가 겪은 교사들 중에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꾸준히 학생인권조례도 만들고 체벌 금지도 시키고 아동 학대 범위도 넓게 적용하고 그런 것 아닌가. 지금은 그 반작용으로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침해받고 있으니 균형을 좀 찾아야 된다는 게 교사들의 요구다. 미친 선생도 때려잡고 교권 침해 하는 놈들도 때려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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