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지도안을 짜면 맨 위 칸에 오는 것이 동기유발이다. 학습목표와 관련된 자료나 질문을 던져 학습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거다. 보통 영상시청이 많고 가끔 학생듷이 관심있어 할 만한 사회이슈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면 조용했던 교실이 조금 밝아진다.
문제는 동기유발 시간이 끝나면 급격히 분위기가 우울해진다는 거다. 재미있는 거 끝났다는 표정들이 읽힌다. 결국 동기는 유발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어쩔 수 있나. 아이들은 교과서와 수업을 받아들이고 나도 지겹다는 얼굴들을 견디며 ppt를 켠다.
동기만 유발하려고 했는데 기대치 않은 수업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각자 친구 이름을 댄다. 처음엔 장난스러웠는데 서로 말하다 보니 친구 장점 발표 대잔치가 되어 버렸다. 학습목표에는 벗어났고 예정 시간도 넘겼지만 보기가 좋아서 좀 더 놔뒀다. 그러다 기분이 좋아져서 끼리끼리 학교 끝나고 마라탕 먹으러 가는 걸로 결론을 내길래 기가 막히긴 했다. 어쨌든 동기유발로 시작한 일이 다른 효과를 낼 때는 내가 뭐 한 것도 없는데 뿌듯하다.
가끔 수업 중에 동기유발을 해야될 때가 있다. 1교시나 오후에는 분위기가 처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슬쩍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인생 조언을 할 때도 있고 학교 이슈를 물을 때도 있다. 학생들의 연애담을 들을 때도 있고. 가끔 학교나 다른 교사를 성토할 때도 있는데 그냥 들어주는 편이다. 소원수리 창구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물론 교실 밖으로 가져나가진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학창시절엔 수업 중에 딴소리를 하는 시간이 좋았다. 수업 안 하고 논다는 느낌도 좋았지만 세상을 좀 더 산 사람의 이야기가 신기해서였던 것 같다. 지금 내 학생들도 내 이야기를 신기해할까. 꼰대 같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