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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Jun 25. 2024

방학 전 어중간한 그 어디쯤

6월 25일 교단, 육아일기

선생님, 벌레 싫어하세요?


선생님,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선생님, 6월 25일에 전쟁난다는데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요맘때 쯤이면 수업 시작 전에 질문이 늘어난다. 고민 상담도 늘어난다. 방학은 아직 멀었는데 아이들의 의지력은  바닥났으니까. 질문을 던져서 45분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노력이다.


이럴 때는 첫 질문이 나왔을 때 이렇게 말하면 퇴치(?)된다.

이야, 오늘도 역시 수업이 듣기 싫구만!


그러면 들켰다는 듯 하하하 웃고 정돈이 된다. 가만 보면 교실이든 복도든 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고 내 반응을 즐기는 듯하다. 신나게 받으면 같이 신나는 거고, 심드렁하게 받으면 본전이고. 옆에 친구보다 선생님한테 시비(?)를 거는 게 더 재미있는 모양.


종례를 들어갔는데 집에 가야할 놈들이 또 필요없는 질문을 하고, 옆에 놈이 괴롭힌다고 이르고, 담요를 서로 갖겠다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용히 하고 앉으라고 소리쳐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아 교실에 있는 분무기로 사방에 난사를 했더니 모든 불만이 나에게로 쏟아지며 금세 진정이 됐다. 역시 더 큰 자극이 주목을 부른다.


집에 왔더니 우리집 애들은 쌩쌩하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안 지치나보다. 안 지치는 건 좋은데 밤에 안 자려고 해서 골치다. 우리 좀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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