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동아리가 있는 날이다. 난 축구반 담당인데 처음엔 좋았다. 애들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동아리 시간에 겉도는 애들도 적고, 그런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패스라도 주고 받고 하면 되니까. 내가 축구반 개설을 생각한 게 아주 잘한 일이라고, 운동 싫어하는 남자애들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할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내 생각은 짧았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일단 5월 말부터 너무 덥다. 오늘은 좀 나았지만 지난 몇 주는 땡볕이라서 그냥 나가기 싫은 날씨였다. 가끔씩 떠오르는 격언. 전임자가 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자 중학생은 축구에 미쳐 있다는 것이다. 내가 덥다고, 너희 쓰러진다고 교실에서 손흥민 영상이나 축구 영화를 보자고 한 날에도 축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로 하는 그 대답엔 결기 같은 것도 느껴졌는데 왜 축구를 고문을 견디는 느낌으로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내가 개설한 동아리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니 정말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은 조끼를 안 입은 팀이 7대 6으로 이겼다. 스코어만 보면 야구를 했나 싶겠지만 분명히 축구다. 마침 골대에 그물이 없어 골이 들어갔나 나갔나 구별이 안 돼서 스코어를 제대로 셌나 모르겠는데 조끼를 입은 애들이 화가 난 걸로 봐선 승패는 확실하다. 국가대항전도, 반 대항전도 아닌데 왜 저렇게 승리를 갈구하는 걸까. 나 모르게 돈내기라도 한 걸까.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여튼 이제 방학 때까지 두 번만 더 하면 축구부는 해산이다. 자유학기 동아리는 한 학기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남은 두 번이 더 탈 것 같은 날씨겠지. 역시 전임자는 훌륭하다. 나도 실내운동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유언을 남겨야겠다. 얼굴이 뻘겋게 돼서 교실로 돌아가는 애들을 보며 여러 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