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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Aug 19. 2024

개학!

8월 19일 교단, 육아일기

여름방학은 짧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8월 중순이 지났고 오늘이 개학이다. 수업 준비도 어느 정도 해놨고 행정적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다. 그냥 학교에 가서 수업하고 담임업무를 하면 되는 아주 평범한 날이다. 방학 동안 반 아이들에게 특별히 심각한 연락을 받은 것도 없다. 이만하면 완벽한 개학날이다.


라고 열심히 생각하지만.


긴장이 된다. 매 학기가 이래왔다. 1학기보단 2학기가 낫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약간은 덜해지지만 전날부터 학교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뭔가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내가 좀 예민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 일은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아직 이렇게 쫄아 있다니. 운전을 하면서 아직 멀었네-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긴장이 싹 사라진다. 그냥 와야 할 곳에 온 느낌. 아니다. 이건 너무 부정확한 표현이다. 정확하게는 금요일에 퇴근해 월요일에 출근한 기분이다. 나에게 방학은 꿈이었고 상상일 뿐이라는 느낌. 집에 와서 왜 이런 느낌일까 물으니 아내가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단다. 학교가는 게 좋아서 집에서 힘든 걸 잊어버리는 거라고. 그런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반박할 말이 없다. 육아는 힘드니까.


복도에서 만난 한 녀석에게 잘 지냈냐 하고 물으니 그렇단다. 얼굴이 새까맣게 탄 걸 보니 잘 지낸 것 같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새까만 놈 앞에 새하얀 녀석이 앉아 있다. 넌 집에서 핸드폰하고 놀았구나-하니 어떻게 알았냔다. 난 다 알고 있다고 도사인 척을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교실은 에어컨 덕에 시원한데 복도가 찜통이다. 교무실로 오는 사이에 녹아버릴 것 같다. 그래서인지 복도가 조용하다. 복도가 조용하니 좀 좋기도 하다. 더위가 좋은 점도 있네 하고 지나오는데 한 녀석이 선생님 얘 쫌 보세요! 하고 이른다. 그렇지, 일름보들이 온 걸 보니 개학을 했구나- 하고 하하 웃는다.


퇴근 시간에는 교무실 안에서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한다. 첫날은 고되니까 서로 격려한다. 선생들도 개학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개학을 했다는 건 이제 다음 방학 때까지 내 새끼들은 저녁까지 못 본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하루종일 떨어져 있으니 안쓰러워서 급하게 왔는데 둘째가 엄마아빠다! 하고 뛰어나온다. 그래 아빠왔어 하고 안아주려는데 엄마는 없네. 하면서 돌아서 들어가 버렸다. 난 왜 급하게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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