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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Aug 24. 2024

90세 치매어르신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

엄니 마음이 아파요.

가까이서 치매 노인과 사는 법.

달래는 요즘 전쟁을 치르고 있다.



35도를 넘나드는 실외 온도에 실내온도까지 31도 육박!

무더위를 피해 가는 방법은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장치에 의존하는 것과 피서를 가서 물놀이를 하거나 숲 속 그늘을 찾는 것 등이 있겠다. 이 더위에 내가 지금 묵고 있는 집은 30년 전에 지은 옛날 주택. 낮에는 태양열을 받아 뜨겁기만 하다.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한낮의 열기가 방안 가득이다.


올여름 달래는  이 더위를 피해 갈 수 있을까?





60세인 조카딸이 치매노인을 바라보는 관점

작은 엄니 치매가 조금씩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우선 나를 누군지 몰라보는 것.

"에어컨 꺼!"

"누군데 여기와 있어?"

"작은 엄마, 나 달래, 달래잖아요."

"달래? 달래라고 하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고마워 이렇게 챙겨줘서.."

아이고 어머니 점점 세상을 잊고 싶으신 건가요?

아침저녁으로 관절약과 치매약을 드시는데 먹었는지 기억을 못 하시고

"나 약 먹었나? 오늘이 며칠이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어보신다.


 

나이 90을 드시니 귀도 잘 안 들리는 다가 TV소리는 가장 크게 하여야 들리고 내가 말을 하면 입모양을 보고 대강 알아들으시는 듯하다.(보청기를 해드렸는데 자꾸 잃어버려서 지금은 안 하신다고 한다.)


"에어컨을 왜 켜놨어?"

"불은 왜 켜놨어? 해도 안 졌는데.."

"문지방은 왜 밟고 다녀?"

"어디 갔다 와 이 밤에.. 호주 간 줄 알았네."(둥이랑 저녁산책 후 들어갈 때)

"밤에 안 자고 뭐 해?"(저녁시간에 거실에서 티브이 보고 있을 때)

해만 지면 주무시는 어르신은 초저녁이라서 집안을 치우고 더위를 식히는 나에게 빨리 자야지라고 채근하신다.

낮에는 휠체어로 화장실을 10분에 한 번씩 다니고 밤엔 한두 시간에 한 번씩 다니신다.

용변 후 물 내리는 것도 잊으신다.

"엄니 물은 내리셔야죠? "라고 문밖에서 말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

"내가 내렸지?  오마담이 안 내렸나 보네.." 라며 다른 사람을 핑계 댄다.


치매가 있어도 말씀을 드리면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가도 다시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그 소리를 또 하시고 또 하신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모시는 가족의 고충을, 같이 사는 게 쉽지 않구나를 요즘 느끼고 있다.

물론 내 부모 아니니 당연히 힘들고 딸사위자식들이 전화로 매일 얘기하고 간병인을 쓰면 되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야 맘이 놓일 것 같다 하여 잠시 지내고 있는데 이쯤 되면 사촌들에게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





마침 캐나다에 다니러 간 사촌인  큰 언니가 전화가

"힘들지? 엄마가 힘들게 할 거야..." 하며 내 걱정부터 한다.

"엄마가 조금 심해지시는 것 같아요, 나보고 누구냐고 왜 여기에 있냐고 하고, 밤에 어두운 데서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설명을 여러 번 해도 남의 집에 와서 전기세 나가게 에어컨 켜놨다고 자기거 아니니 막 쓴다고 누구네 집 망하게 하려고 들어왔냐고 소리를 치셔요"


 

치매 있으시니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 처음엔 그랬는데 수십 번 듣다 보니 듣는 사람은 매번 대꾸해 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닫는다.



사촌언니는 엄마를 바꿔달라고 하며

"엄마, 지붕에 태양광 설치해서 전기세가 2000원 3000원도 안 나오니 에어컨 하루종일 켜놔도 된다고, 된다고요! 전기세 엄마가 내? 우리가 내잖아! 달래가 엄마 옆에서 있어서 맘 놓고 일하고 있는데 우리가 들어갈 때까지 달래가 큰 딸이다라고 하고 좀 하란대로 해요 갈수록 왜 그리 고집만 세지지 우리 엄마!"


그리고
 "엄마가 갈수록 상태가 더 심해지시네  힘들어 어떡하지? 곧 일이 끝나니까 들어가서 엄마 병원검사도 하고 병원으로 모시든지 할게. 그때까지만 버텨! 고집이 센 분이라 엄마가 우리말도 잘 안 들으려고 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알지요 우리가 남인가? 내 엄마다 생각하고 지내는데 엄마가 어떤 땐 서운한 말씀을 하시네요.

지난번엔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방에 나가보니 불을 켜고 보니 엄니가 화장실 앞에서 휠체어에 두 다리가 짓눌려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나 좀 일으켜줘 살려줘 내가 왜 이런다냐... "하시며 혼자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며 땀에 범벅이 되어 계셨다. 다리에 힘이 갈수록 없어서 혼자 계시면 위험하겠어."

"휴. 알아요. 위험하니 엄마한테 밤에 불을 켜놓으라 해도 고집이 세서.. 더 힘들어지시면 요양병원으로 모시든지 해야죠."

하는 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프신 노모를 혼자 두고 한국을 떠나야 할 때의 절박함은 내가 안다.


젊었을 때 없이 살 때의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건 나도 아빠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서 알고는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기도 하는데 고역인 것은 선풍기도 에어컨도 불도 허락받고 써야 하니 말이다. 그때는 정신이 있을 때 이야기이고 지금은 정신이 없으시니 보는 사람이 안쓰럽기만 하다.


엄니가 정신없는 상태로 매일 24시간 그렇게 나를 대하면 누구든 버티지를 못하겠지. 정신이 들어오면

"딸~ 밥 먹어 난 늙어서 밥맛도 없어. 딸이라도 먹어!"


나에게 밥 먹으란 말 하지 말고 제가 하자는 대로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맘속으로 되뇌며 웃는 얼굴로 작은 엄마를 대한다.

얼굴에 미소를 뗘야만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란 걸 아실 테니 얼굴은 웃어야 하고 마음은 구겨져 만신창이.


다 이해가 간다.






90세 치매환자인 엄니 입장에서 본 둥이와 달래.

달래라는 여자가 오기 전까진 간병인이 드나들고 저녁이 되면 혼자서 우두커니 있었지만 조용한 집안이었다. 신호등에 멈추어 있던 차들이 파란 불이 켜지면 지나가는 게 몇 대인지 세다가

 '몇 대까지 세었나 이제는 그만 세자!' 세던 걸 잊어버리고 있다가 옆집에 오마담이 점심때즈음 지나면 찾아와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다가 해가 지면 돌아가고 사위 넷이 주말이 되면 돌아가면서 와서 과일이랑 단백질 등 드실 약을 채워주고 자고 싶으면 자고 배고프면 냉장고 뒤져서 먹을 거 꺼내 배를 채우고  외로움 말고는 몸이 불편해서 혼자서 외출을 못하는 것밖에는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자가 들어와서 동거를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인데 남은 아닌 듯한데 엄니엄니하며 친한 사이처럼 군다.


밥도 차려서 같이 먹고 냉장고에 있는 과일도 깎아서 주고 약도 챙겨주고 물도 떠다 주고 어떤 때는 고스톱도 한두 시간 쳐준다. 오마담이 안 오는 날엔 할 일이 없어 심심한데 이 여자가 있어서 심심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너무 싫은 게 있다.

여자가 데리고 온 까만 강아지가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댄다. 특히 자기네 집인 양 마당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집단들이 출현할 때, 울타리 없는 마당에 누가 지나갈 때, 택배아저씨나 우체부 아저씨가 마당으로 들어와 현관까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올 때, 쥐생원들이 쏜살같이 밭고랑을 날렵하게 가로질러갈 때 등...

이 시커먼 종자가 머리를 흔들어가며 짖어댄다. 목청 높이 짖어대는 게  밤 12시에도 눈에 불을 켜고 콩콩 짖는다. 자다가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내 입에선 욕이 튀어 나간다.

"시끄러워 개 xx야!"

"저 개 xx를 내가 죽여버려야지!

너 진짜 내쫓아버린다.!"

"쥐약 사다가 너를 내가 죽여버린다!"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물론 갑자기 튀어나가 소파에서 콩콩 짖는 둥이를 여자조차도 놀라서 짖지 말라고 안고 짖지 못하게 하지만 그런데 강아지를 집안에서 키운 적이 없는 는 둥이가 집안에 있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시골에서 밤에 컹컹 짖는 개는 많이 봤어도 집안에서 한 식구처럼 여자 옆에서 한 이불에서 자고 같이 밥 먹고 산책시키고 하는 모습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 반려견이 아니라 시끄럽게 짖어대는 낯선 망난이 개로밖에 보이질 않은 것이다.


"강아지를 용알처럼 여기네!"

비꼬는 말로 해도 여자는 '자기 개를 귀하게 여기네'쯤으로 알아듣는 것 같다. 쥐약을 먹여 죽여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개는 짖어대고  할머니는 욕을 해대고 달래는 피신을 동네 카페로 애견운동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은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읽는 성경이 눈으로는 보이는데 마음으로 읽히지가 않는다.. 작은 엄니의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변덕에 달래는 안정된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감사할 일인데 그 감사를 모르고 불평과 남 탓만 하면 다 불만투성이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라도 감사를 하고 기억하기 위해 시작했다.


첫날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잠을 잘 자게 해 주셔서 감사,

둘째 날은 세끼를 못 먹더라도 맛있는 양식을 주셔서 감사,

이렇게 둥이와 산책하며 만난 나팔꽃도 감사,

비새지 않는 집에서 자게 해 주셔서 감사,

작은 엄니가 식사를 한 술이라도 뜰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

감사할 일이 주위를 둘러보니 참 많았다.





작은 엄니의 전기세 타령이 에어컨 끄라는  말씀이 오늘도  나를  애견카페로 몰아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 노인네를 놔두고 내 갈 길을 가야 하는 걸까?

저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을까?

제발 달래를 이렇게 엄니 곁에서 언니들 올 때까지 있게 해 주세요 작은 엄니! 

엄마 혼자 두고 어떻게 가요?

밤에 또 넘어지면 어떻게 하려고요...



사촌들이 어서 일을 마무리하고 귀국하여  돌봐드리기롤 고대한다.

켰을 때 35도인 온도가 29까지 내려가기 시작함. 이제 선선해지려 하는데 엄니는 문 닫고 답답하다고 정지명령을 내리신다.

오 마이 갓! 엄니 헬프미 지저스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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