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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Sep 28. 2024

업고 날래 뛰어~!!

 용감무쌍 울 엄마~ 이 바보 같은 딸을 용서하세요..

"약 먹을 일이냐고? 쯧쯧쯧...!"

친구가 혀를 내두른다.

"그때는 심정이 그랬다고!"


10대 때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어리석은 짓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철부지라도 그렇게 생각이 없었을까?



중3,딸기가 한창일 5월 즈음으로 기억한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전교에서 1.2 등을 남자아이와 다투던 때라 점수예민했다.

4교시 시험을 마치고 교무실에 잠깐 들렀는데 수학 선생님이

"달래 점수 나왔니? 몇 개?"

그때는 모의고사는 도전체에서 보는 거라 컴퓨터로 집계가 되려면 한 달 이상 걸렸고 학생들은 각자 시험을 마치면 선생님이 주시는 답안지로 미리 가채점을 하게 되어 대충은  미리 본인 점수는 알고 있다.

수학 선생님은 1등을 도맡아 하는 남자애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154개 정도예요."

"그래? 그럼 이번엔 달래가 1등이구나~종철이는 153개라더라."


종철이를 내가 이겼다니 너무 기뻤고 그 아이는 시험 볼 때마다 1등을 하는 아이여서 더 기분이 좋았다.

'너는 매번 1등이잖아 이번만은 내가 이겼네!'

내심 맘속으로  쾌재를 부르니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엄마한테 이 소식을 알려드리면 울 엄마 어깨뽕이 한 뼘은 올라가시겠군!'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모두 축하해 주시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장원급제나 한 것처럼 둥둥 떠다녔다.

시험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한 달 후 점수를  컴퓨터로 받아보니 이게 모야!? 2개나 적게 나왔네. 152개라니! 답이 틀린 걸 거야.

분명히 채점을 또박또박했고 시험시간도 남아 답안지 검토도 충분히 했는데....

'종철이는 나의 적수가 안되는구나.'

다시 한번 낙심이 되었다.



또 밀렸다.
나는 어쩔 수가 없구나 못 당하는구나 어째서 2개는 왜? 왜? 왜~~! 어디서 잘못된 거야?

나는 왠지 볼이 화끈거려 교무실 들어갈 때 얼굴을 들지 못하였고 거짓말 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주눅이 들어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선생님도 나의 점수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텐데 한 달 전에 1등이다 했던 그 말이 자꾸 귀에 맴돌며 쥐구멍을 찾고 있었다.


그날 종일 우울하고 힘들었다.
야간 학습에 시험에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이틀을 약국을 돌아다니며 친구랑 교대로 수면제를 사서 모르기 시작했다 열 군데 이상 다니니 30알 정도 모아졌다.

어디서 들은 말이 있어서 수면제를 다량 먹으면 자면서 죽는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그날 저녁 집에 오니 엄마는 옆집 순이엄마 생일이라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나에게 마지막 만찬이 되겠군 '


그런데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무슨 밥맛이 있겠는가? 산해진미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고통을 최소한으로 하고 죽을지, 속이 비어야 약빨이 잘 받겠지? 하며 머리를 하염없이 굴리고 있었다.

잡채 몇 가락을 먹는 둥 마는 둥 식혜 반 컵 정도를 먹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의식을 치르려고 말이다.


내 잠자리를 펴고 씻은 후에 낼 학교에 갈 가방을 싸놓는다.

낼 죽을 애가 가방을 싸놓다니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기는 일이고 철이 없어도 한참 없다.



그리고 물을 두 컵을 갖다 놓고 약을 3알씩 삼키기 시작했다.

막상 약이 들어가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잘못했던 일들이 또 내가 없어지면 슬퍼할 엄마아빠가 떠오르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 못난이 딸이 세상을 떠납니다. 거짓말쟁이는 아닙니다. 착하게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저를 이렇게 만드네요.'

눈물이 너무 흘러서 그만 먹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먹다 보니 25알을 삼키고 있었다.


그래 이제 그만 먹고 자자.

그렇게 나의 명 끊기는 시작되었고.... 실패했다.

질긴 명이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달래야~달래야!!! 일어나라~"

'여기는 어디지? 천국인가?'

소리가 명확히 들리지 않고 어렴풋하게 메아리처럼 린다.

'여기는 천국일 거야'

머리를 들어보려 하니 들어지지 않는다.

무 겁 다.

순간 겁이 나서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여긴?........

어렴풋이 해바라기가 그려진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많이 보아온 나의 방인데?

안 죽었네~뭐지? 그만큼 먹었는데 안 죽었다고?'

약이 잘 못 된 건가? 아님 5알을 남기고 다 안 먹어서 그런 건가?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서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아침마다 부엌에서 도시락을 싸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엄마의 목소리가 좀 더 또렷하게 다가온.

"너 학교 늦겠다~"

하며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데 내가 축 늘어져 못 일어나니 엄마는 ,

"어머! 얘가 왜 이래? 밤샌 거니? 왜 못 일어나는 거니?"

교복을 내놓고 양말까지 꺼내 놓으시며 얼른 입어라! 하셨다.  앉으려고 했는데 다시 꼬꾸라졌다.

그런 나를 놓고 엄만 순이 엄마를 부르러 가신다.

나는 혼자 앉을 수도 없이 자꾸 가라앉았다.

머릿속은 생각이 있는데 온몸에 힘이 없다.

연체동물처럼 나의 온몸은 뼈마디가 없이 흐느적거리고 있다.


'병원으로 가는구나 약 먹은 게 들통나겠구나...'

속이 더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했다. 입이 바짝 마른다.


누운 상태로 대충 교복을 끼워 입고 있으니 덩치가 큰 순이엄마가 나를 업었다.

엄마는 가방과 도시락을 들고 놀라서 정신이 없으시다.



그럼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로 갔어야 맞는 거지?

당연히 병원 아니었을까?

그런데 우리 한여사님이 나를 500미터 거리의 학교로 자갈밭을 넘고 긴 둑을 지나 소나무 숲을 헤치며 당당히 진두지휘를 하며 행진을 하고 계신다.


"달래 업고 뛰어!!"


나는 큰 바위 같은 순이엄마의 등짝에 대롱대롱 낙엽처럼 딱 붙어서 침을 질질 흘리며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엄마한테 약 먹어서 그런다고 병원에 가자는 말도 꺼낼 처지가 못되었다. 그랬다가는 더 놀라실 일이라고 약 먹은 그 정신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니 집을 쫓겨날 일을 염려한 까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20분을 달렸을까? 땀범벅인 순이엄마와 등짝에 매달린 아이와, 지각이라도 할까 봐 얼이 빠진 엄마의 모습은 가관이 아니었다.


엄마는 나를 숙직실에다가 눕히게 하고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후에 귀가하셨다.

나는 하루 내내 비몽사몽 누워 의식을 차리려고 애를 썼으나 쓴 물만 자꾸 나오고 물만 먹어가며 계속 잠을 자야만 했다.

쉬는 시간에 담임선생님과 친구 몇몇이 와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갔던 기억이 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은 나질 않았다. 아무것도 못 먹으니 음악 선생님이 딸기를 갈아 주스를 해주신 것은 기억이 난다.

지금도 딸기를 보면 그날일이 떠올라 쓴웃음이 난다.





우리 엄마는 그런 분이셨다.

육성회장에 자모회장을 맡고 있는 은근 남들이 말하는 치맛바람으로 보일 그런 엄마였다.


엄마의 세련미와 교양미는.... 시골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엣가시가 되어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딸자식 일이라면 발을 벗고 나선 주신 엄마다.


그런데 딸이 아침에 의식이 불분명하다! 어젯밤까지 멀쩡했는데.. 이건 공부를 너무해서 애가 실신한 거다 이렇게 생각하신 거다. 엄마한테는 죄송한 일이지만

'엄마 간밤에 나는 죽으려고 했던 거예요 ~ 그렇게 명이 쉽게 끊어지진 않았지만 엄마 죄송해요.'



끝까지 엄마한테 이 일은 말하지 않았고 돌아가실 때까지 비밀로 한 일이었다.




엄마 죄송합니다. 이제야 고백을 합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세요.


엄마아빠가 소중하게 주신 목숨을 그 한낱 점수 몇 점에 창피하여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습니다. 이제 남은 숨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겠습니다.

엄마를 이제는 업어 드리고 싶은데 이제는 업어드릴 만큼 컸는데 엄마가 안계시네요.

엄마 사랑합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엄마? ?  

그날 왜 나를 병원으로 안 데려가고 학교로 날래 뛰신 거예요?


그게 정말 지금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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