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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Nov 12. 2024

댁의 자제님 보고 새끼라고 하면 어떻겠수?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이다.

"야! 개xx야 짖지 마 씨~~~!"


갑자기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가 옆을 바짝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놀라고 뚱이도 짖었다. 비가 그쳐서 낮에 미뤄둔 산책을 해야만 하는 밤이었다.

목줄을 짧게 잡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릴 뻔했다. 위험했다.

뚱이가 놀라서 짖어대니 아저씨는 배달할 집 앞에 세우고 애한테 욕을 한다.


골목길을  더군다나 야간에 다닐 때는 서로 조심하고 서행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자기가 갑자기 튀어나와 속도를 내고 달리더니 왜 우리한테?

'저걸 신고를 해?'

참으려고 하다가 참지를 못했다.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아저씨~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내가 말발이 좀 있는 사람 같으면 끝까지 사과를 받아냈을 텐데 말싸움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겁 많은 사람이라......)

대구를 안 할 줄 알았던 아줌마가 정색을 하고 말하니 당황했을까?

오토바이를 세우고 배달 음식을 들고 벽돌집 빌라의 공동 현관 비밀 번호를 누른다.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여하튼 지켜보고 있었다.

뚱이는 여전히 코를 벌름거리며 찌른내를 맡느라 정신이 없다.


한마디 더 하면 나도 무슨 말을 할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슴이 콩당콩당 빠르게 뛰었다.

"개니까 짖지 왜요?"

또는 "아저씨 애들한테 애새끼 하고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이다.

'아이고 내가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한다.'

하는 맘으로 뚱이에게만 신경을 쓰며 걷는다.

나한테 욕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뒤쪽으로 신경이 쓰인다.

그 아저씨가 빌라에서 나와서 지나갈 때가 되었는데..... 뭐라고 한번 더하면 뚱이를 묶어놓고라도 사과를 받을 요량이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길을 다시 속도를 내며 씽하고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쏜살같이 내 옆으로 달려간다.

한블리라는 방송에서 가끔 보면 저러다가 코너에서 나오는 자동차와 충돌하기도 하고 자전거와도 접촉 사고가 나던데 목숨이 여러 개도 아닌데 왜 저러고 날아다니는 걸까?

자기 목숨이야 자기 거라고 그럴 수 있지만 타인에게 위협을 주고 욕설까지 해대는 걸 보면 참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안합니다 란 말을 참 아끼는 것 같다. 서로 걸어가다가 부딪혔을 때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좋을 텐데.... 누구의 잘못이 아니기에 먼저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이라고 한다.


말이 거친 사람은 화가 많은 사람이고

남을 욕하는 사람은 제 삶이 초라한 탓이다.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불안함이 많은 사람이고

허세가 가득한 사람은 본인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 사람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내는 사람은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고

부드럽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에 안정감이 있다.


말이 곧 인성이고 인성이 곧 그 사람의 하루를 만들어 낸다.


이 글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다가 오늘 글과 딱 맞는 글이라 발췌해 보았다.





그간 10여 년 동안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보니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견주의 성격까지 파악된다.


"애고 다이어트 좀 해야겟구나."

"다리가 아프구나 어쩌냐?"

"엄마가 잘 먹여서 피부가 반질반질 윤이 나는구나."

"엄마 사랑 많이 받은 애로 보이네요."

"착하고 얌전하네요."

등등....

강아지들끼리 만나면 서로 엉덩이 쪽 냄새를 맡으며 탐색전을 한다. 어떤 개한테는 얌전히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덩치가 크고 사납게 달려드는 아이한테는 뚱이도 질세라 왈왈! 짖어댄다. 동네가 아수라장이다. 뚱이의 소리는 하이 소프라노이다. 나이가 들어도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미안합니다. 애가 겁이 많아서요"

"네 다이어트 중이고요. 다리 수술을 세 번 한 아이라 소심하고 예민합니다."

"죄송합니다. 안 건드리면 얌전한데 먼저 도발하면 흥분해요."

견주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의 성격을 이야기하다 보면 강아지도 견주들을 꼭 닮아 가는 거 같이 느껴진다.

고운 말을 하는 견주는 돌아가는 뒷모습에서도 향기가 난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매너를 배워 가는 것 같다.

   



귀가하면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배달 기사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 아저씨가 화가 나는 일이 있었나 보다. 급한 일이 있었나 보다. 집에 아기가 아팠나 보다. 마나님이 빨리 오라고 호출을 했나 보다. 아저씨도 빨리 배달하고 다른데 또 가야 해서 급하니까 그랬나 보다.....'

그래도 아저씨! 제가 진로방해한 건 아니잖아요. 골목길에선 서행을 하셔야죠. 남의 반려견에게 새끼새끼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배달 기사님의 노고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은 다시 만날까 봐 두려운 사람이다.


집에 와서 애들에게 말했더니

"여자라서 무작정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이 있나 봐. 남자친구가 뚱이 데꼬 나가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는데. "

"참나 이런 것까지 여자라고 깔보는 거야? 앞으론 나도 못 참아 ~!"

"엄마. 밤에는 나가지 말아요. 밤길이 위험해."

"그래도 욕은 아니잖아!!!"




반려견 가족이 1500만이 넘는다 한다. 강아지와 함께 살겠다고 선택한 순간부터 어쩌면 같이 옭아매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선택하기 전에 충분히 내가 맡아 키울 수 있을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선택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길 바란다.

그리고 산책 시 매너도 지켜서 남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공원이나 길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의 배설물이 보이면 나도 기분이 상한다. 견주로서 매너를 지켜야 권리도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읽다 보니 화가 스르르 풀렸다.

나도 칭찬과 박수를 더 많아 보내야지! 그게 행복한 거래잖아!

그리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여야겠다.


"아저씨! 안정 운행 하시면 서로 좋지 않겠어요?

 그리고 화를 품고 다니지 마세요.. 몸에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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