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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달래
Nov 19. 2024
엄마! 손주 말고 비숑은 어떻수?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
"엄마, 손주 말고 비숑은 어떻수?"
느닷없이 큰 아이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웬 비숑? "
"친구가 비숑을 입양했는데 못 키우겠다고 해서... 똥오줌도 못 가린다고 시골에 버리고 올라고 해~~~."
"그건 아니지... 어떻게 된 거 아니니?!"
"그러니까 내가 마구 화내고 미쳤다고 했어.
친구네 엄마까지 나서서 파양 할 거면 다시 입양할 사람을 찾아야지 버리다니...
혼내도 울고만 앉아있어서.............."
딸아이는 자기 일인 것처럼 속상해했다.
"강아지가 마트에서 파는 껌도 아니고 씹다가 단물 빠졌다고 길가에 그냥 버린다니 생각이 있는 거니?"
지금은 데리고 있긴 한데 맨날 구박하고 갖다 버릴 생각만 하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딸아이는 임시보호라도 자기가 하다가 키울 사람 나타나면 보내줄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딸아이도 내년에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 어떻게 하다 보면 내가 떠맡아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냐 아냐 그건 옳은 생각이 아냐. 엄마 지금 뚱이 하나로도 벅차 알지?"
"알지 알지~~ 그래서 잠깐만 보호해주고 싶은 거지.. 지금 막 때리고 그러진 않아서 신고하기도 그렇고 데리고 와서 새 주인 찾을 때까지만...."
"정말 안 되긴 했다. 강아지가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처음부터 똥오줌을 가리니 훈련을 시키며 가르쳐야지.. "
"그러니까 데리고 올 때는 작고 귀여우니까 너무 장난감같이 이뻐서 환장하더니 이제 맘에 안 든다고 버리겠다니.. 언제 버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상태야 보니까..."
"엄마도 뚱이 데리고 막내한테 여행 갈 생각에 머리가 지근거린다. 집에다 오래 두고 갈 수 없으니 같이 비행기 타야 하잖니.."
한 달씩 나가 있을
건데
두고 가면 내가 맘이 안 편해서 말이야.."
"그럼 비숑 데려다가 키우다가 같이 데꼬 나가서 막내한테 두고 오면 어떻까?"
"아서라 내가 뚱띠 둘을 어떻게 데리고 가니? 한 마리도 머리가 아프다.."
안돼요 엄만 내꼬야!
"맞네.. 그리고 얘가 뚱이보다 2배는 커~. 10개월인데 7~8킬로 나가나 봐.. 흠 아님 강쥐 호텔에 맡길까? 주인 찾을 때까지 말이야.."
"아이고! 다시 말하지만 엄마는 절대로 반댈세. 너도 해외 나갈 건데 사정은 알겠지만 잘 생각해야 할 거야. 엄만 두 마린 못 키워!"
"그래서 내가 맘이 안 좋아. 작은 아이라면 어떻게 임보라도 할 텐데 덩치가 산만해... 어떻게 하지?"
그때 멀리 있는 막내딸이 단톡에 들어왔다.
"아직 10개월이면 훈련도 시킬 수 있을 거구 살도 빼면 될 텐데 너무 방치해 뒀네.. 이리로 보내 ~~~"
"너도 강아지를 좋아하니 마당에 풀어놓고 레이랑 벤이라 같이 놀게 해 주면 좋을 텐데... 보내는 게 쉽지 않구먼.."
"Not everyone loves dogs as much!"
막내는 이렇게 보내왔다.
그래 책임을 질 수 없으면 데리고 오질 말았어야 한다. 누구나 개를 사랑하질 않으니까.."
큰아이가
"애가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같이 옆에서 안 떨어지고 안아달라고 하고 애교 부리는데 그 집 가족들이 놀아주지도 않고 무시하고 산책도 안 시켜서 더 무기력해지고 그러니까... 맘이 아프... 디"
"그러려면 왜 데꼬 온 거야? 참 내가 화가 날라고 하네!"
막내딸이 묻는다.
"종이 뭔데?"
"비숑& 닥스훈트랴~~!"
"귀엽겠군! 뭐지 그 조합은?"
"얼굴만 비숑이고 몸이 길어~ 다리가 짧고!"
생김새를 아무리 떠 올리려 해도 감이 안 잡힌다.
'몸이
긴
닥스훈트에
얼굴은 비숑?이라..'
딸 둘이서 주고받는 대화가 한참 되더니 큰아이가
" 근데 두려워... 내가 데리다 키운다 하고 있다가 정들면 헤어질 때 어떻게 보내?"
"그럼 나한테 데리고 와서 내가 키우지 뭐... 벤이랑 레이랑 같이...~"
"그러다가 막내네는 유기견만 10마리가 되었다고 한다..ㅋㅋㅋ."
"강형욱 아저씨가 요즘 사연 신청받던데 거기 한번 내 보라 고해.. 그 친구한테~"
"아저씨가 요즘 안 바쁜가? 신청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
나는 둘이 하는 대화를 보다가 그냥 빠졌다. 어차피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내 입장만 얘기하고 나왔다.
강아지들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비숑이 너무 안돼보여서 임보라도 하고 싶은 큰 딸아이 마음은 안다.
뚱이랑 9년째 살고 있는데 살다 보니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 되어버렸다.
뚱이는 가족이다. 반려견과 산다는 건 감수해야 할 부분과 포기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또 하나를 데리고 온다는 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큰 아이에게서 단톡이 왔다.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 그 친구네 궁금해서 다녀왔는데 안 버리고 잘 키우고 있네!"
"오키 굿굿!! 그래야지 ~~"
"어떻게 대하나 봤더니 구박 안 하고 이뻐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어.. 같이 있다 보니 정이 들고 오줌도 조금씩 가리고 하나 봐... 궁금해할까 봐 소식 전달해요~~"
과거의 강아지는 '애완견'이라 지칭되며 소유물이자 단순히 기르거나 소유의 의미가 더욱 강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구성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함에 따라
유기되는 강아지의 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이유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기견들은 대부분 길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거나 운이 좋게 보호소에 입양을 가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것으로 생을 이어나가게 된다.
전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였다는데 요즘은 평생 보호를 해주는 기관이 생겼다고도 한다.
애완견은 놀다가 맘에 안 든다고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데려 오기 전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소양이 갖추어졌는지 먼저 심사숙고하는 게 우선이다.
"딸아이들아! 착한 너희 마음은 엄마가 감동 먹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데 엄마는 비숑보다는
할머니가 되어도 좋으니 결혼해서 너희를 꼭 빼닮은 손주를 보게 해 다오."
또 하나의 가족이 늘어날 뻔한 해프닝은 다행히 훈훈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딸아이의 친구 가족이 비숑을 사랑으로 잘 키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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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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