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이상하리 맑다

삶에 지쳐 울고 있는 그대에게

by 할량
하늘.jfif


침전하는 기분을 짐짓 누르고 책상에 발을 걸치고 의자에 기댔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내 방 쪽 창으로 보는 하늘도 이리 맑다면 굳이 이곳저곳을 누비지 않았을 테다.


하루종일 눈물을 토했다. 발목에 커다란 추가 묶인 죄수의 심정이 이럴까. 하루하루 다가오는 단두대 앞에서 과연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손가락질 받으며 목이 잘리긴 싫다. 그렇다면 그냥 스스로 마지막을 조금 더 일찍 결정하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도 오늘 하늘이 온종일 맑다. 유리창으로 비치는 빛들도 그 세기가 완연하다. 무너져 내려야 하는 마음이 이유없이 포근해진다. 아! 이런 감정은 위험하다. 다가오는 단두대의 칼날이 잠시 잊혀진다. 속으로는 불가능한 상상도 해본다. 곧 마주할 그 칼날이 혹시 영화소품은 아닐까. 겁만 주고 난 뒤 ‘짜잔’ 하고서는 다시 살 기회를 주진 않을까. 그럴 확률이 1억분의 1은 되겠냐마는.


어제는 유서를 쓰고 오늘은 일기를 쓴다. 어제는 과거만을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지금만을 이야기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어느덧 충실해진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 오묘하다. 죽음을 말하다 다시 돌아서서 삶의 신비함을 논하다니.


힘든 시간 속에서 모든 연락을 끊었다. 자칫 어설픈 동정이라도 받을까 두려워 전화벨을 거절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삶에 지치고 힘에 부쳐서 내게 연락했던 것이란다. 어쩌면 나처럼 의지할 데 없어 스스로를 매일 쥐어 뜯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에게든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을까.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 몰랐을 뿐, 그들도 고초 속에서 울음을 참아 냈으리라.


“아름답다”라고 외친 적이 언제이던가. 스스로를 불쌍하게만 여겼던 시간이 어언 10년이다. 내 삶은 과연 아름다웠던 적이 있는가, 소심하게나마 물어본다. 아름다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정확히 답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군락과 킬라만자로의 눈덮힌 봉우리, 이과수의 거센 물줄기 같으면 되지 않을까. 울고 땀흘리고 발이 부르트고 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가끔 탄성 한 번 내지를 수 있는 삶이라면 괜찮을까. 내 삶도 그렇게 아름다워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