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름방학.
나는 방학이면 거실 대자리에 누워서 뒹굴거리던 심심한 어린이였는데 우리 집 어린이는 방학이라도 바쁘다.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는 아홉 살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했고, 방학이라도 학교 방학교실과 학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방학교실과 학원에도 방학이 있다는 사실. 게다가 이번에는 세 학원의 방학 일정이 모두 달라 할머니 집에도 가기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량등원을 하는 학원은 쉬고 차량이 없는 학원은 다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이틀 동안 하교 시간에 외출 휴가를 쓰기로 했다. 돌봄 공백을 위해 학원을 보냈는데 학원을 보내려고 휴가를 쓰는 상황이 생기다니. 참 웃기고 이상한 일.
아무튼. 가장 슬픈 사람은 방학에도 학교와 학원을 가야 하는 어린이다. 짠한 마음에 어린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서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하교한다는 자녀 알림 서비스 카톡이 울리고 몇 분 뒤, 씩씩한 얼굴로 걸어오는 어린이가 보인다. 뜨거운 햇살 아래 얼굴이 빨개져서는 멀리 보이는 엄마를 보고 흔드는 작은 손. 나는 퍽 기분이 슬퍼지고 미안해져서 울상이 되었다가 ‘미안한 엄마의 아이는 불행해진다’는 말을 떠올린다. 번쩍 두 손을 들어 흔들며 어린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환하게 웃는 어린이. 뜨거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살보다 다 빛난다.
평일 낮에 엄마 보니까 좋다! 방학이라서 좋아!
어린이는 낮에 본 엄마가 좋은지 쫑알쫑알 떠드느라 바쁘다. 낮에 같이 논 친구 이야기, 점심에 무슨 반찬을 먹었지, 날씨가 얼마나 더웠는지 쉴 새 없이 떠들다 보니 금방 학원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에 거울로 얼굴에 간식 부스러기가 묻었는지 확인하는 어린이를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안 미안한 엄마가 되면 짧은 한 시간 휴가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다. 엄마와 평일에 한 시간 데이트하는 즐거운 어린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