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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낑깡 Feb 25. 2022

토마토

과일도 채소도 아닌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와 낑깡 (1)

과일도 채소도 아닌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참 이상한 아이였다. 초면에 대뜸 내 어깨를 받침대처럼 사용했다. 소심했던 나는 저기, 팔 좀…. 이라고 작게 말했고, 토마토는 깔깔깔 웃으면서 헐! 야, 내 친구랑 키가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팔을 올려버렸네! 너 정말 편하다! 라고 말했다. 그런 토마토를 보고 나는 토마토와 절대 친해질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이 늘 그렇듯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토마토와는 내 의도와 다르게 자꾸 부딪쳤다. 겹치는 학교 생활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둘 다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청춘의 낭비는 술이라는 가치관으로 통합되어 친해지게 되었다.


  토마토와 술을 마시며 첫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팔걸이 사건'에 대해 토마토에게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토마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때처럼 웃으면서 헐, 내가 그랬다고? 진짜 하나도 기억안나! 했다. 그 점마저 토마토 같아서 너무 웃겼다.


  "나 너랑 사실 친해질 지 몰랐다."

  "헐, 진짜? 나는 친해질 줄 알았는데."


  토마토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토마토는 지구 상의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 나랑 친해질 줄 알았던 것도 놀랍지 않다고.


  토마토는 매우 활발하고 독특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굳이 굳이 과일 세상 속에서도 과채류인 토마토다. 그냥 토마토도 아니다. 노래 '멋쟁이 토마토'에 나오는 '멋쟁이 토마토'다. 다들 케챱이 되고, 주스가 된다는 세상에서 나는 그냥 춤을 출거라고 말하는. 나는 늘 '멋쟁이 토마토' 노래를 부르며 진정한 '멋쟁이 토마토'는 춤을 출거라고 말하는 토마토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토마토는 그렇다. 남들이 케챱이 되고 주스가 될 때도 불안해하지 않고 아, 저는 춤을 출거라니까요? 라고 말하는 '멋쟁이 토마토'다. 흔한 말로 표현하자면 '이단아'. 그래서 과일 놀이터 속에서도 과일도, 채소도 아닌 과채류 토마토다. 다른 애들은 너, 이단아 같아서 토마토라고 이름 지었어. 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할 것 같은데 토마토는 헐, zI존 간지잖아?! 라고 말할 것 같다.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마시는 토마토와 나.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 그만 마시자, 라고 하지만 토만 안할 뿐 내내 청춘을 낭비한다. 토마토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정말 토마토가 된다. 그 점마저 토마토 같은 토마토. 미운 짓을 하면 콱 꿀밤을 때려주고 싶은데 마냥 또 밉진 않은 토마토. 토마토랑 있으면 몇 살이 되어도 철이 안 들 것만 같다. 왜 꼭 철이 들어야하나요? 저는 춤을 출 건데요~!


* 이 글은 토마토의 허락하에 게시되었습니다.

* (1)이 붙었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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