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꼭 한 송이여야하나요?
포도 한 알은 내 애인이다. 유일하게 나의 과일 놀이터에 초대되기 전, 자신의 이름을 알게된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친구는 내가 과일의 이름으로 불러, 이 세계에 초대되었다면 포도 한 알은 자신의 이름을 나와 함께 정했다. 여러 후보가 있었다. 그 중 쟁쟁했던 건 블루 베리였다. 포도 한 알은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내 입에 착 감기지 않았다. 포도 한 알은 파란색을 좋아했고, 그 색과 잘어울렸지만 그래도 블루 베리는 뭔가 아니었다. 고민하다가 내가 말했다. 포도 한 알 어때? 포도 한 알은 포도면 포도지, 왜 포도 한 알이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게 묻는 점 마저 포도 한 알 같다고 웃자, 포도 한 알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포도 한 알에게 너는 포도 한 송이가 되고 싶은 포도 한 알이라고 통보했다. 포도 한 알은 꼭 무언가 되어야하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귤이 되고 싶은 낑깡이니, 너도 무언가 되고 싶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도 한 알은 포도 한 송이가 되고 싶은 포도 한 알이 되었다. 그랬더니 포도 한 알이 말했다.
"꼭 포도 한 송이가 되어야해? 한 송이는 너무 번잡스러운데."
나는 그런 점마저 포도 한 알 같다며 웃었다. 포도 한 알은 나의 웃음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포도 한 알과 나는 그래서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거겠지. 나는 내 세계관 속에서 귤이 되고 싶은 낑깡이다. 하지만, 귤이 아닌 채로도 행복하다. 그렇지만 귤이 되고 싶은 건 행복과 무관한 내 목표라, 귤이 될 수 있다면 귤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포도 한 알은 그렇지 않다. 꼭 포도로 태어났으면 한 송이여야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꼭 포도는 한 송이여야하나요? 한 송이는 너무 복잡하잖아요. 하지만 포도 한 알은 은연 중에 포도 한 송이를 꿈꾼다. 그렇지만 정말 포도 한 송이가 되면 도망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포도 한 알은 자신에 대한 나의 해석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꼭 허락을 받고 올릴테니 일단 맡겨보라고 말했다. 이 글을 누군가 읽고 있다면 포도 한 알의 허락을 받은 거겠지? 포도 한 알에게 꼭 전하고 싶다. 포도 한 알은 그래서 포도가 아니고, 굳이 굳이 포도 한 알이다. 모두 포도는 한 송이여야한다고 말할 때, 포도 한 알은 포도가 그래서 왜 한 송이여야하냐고, 정말로 악의 없이 궁금해 물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포도 한 알의 그런 시선을 사랑한다. 나는 귤이 되고 싶은 낑깡이니까.
* 이 글은 포도 한 알에 허락 하에 게시되었습니다.
* (1)이 붙었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