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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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었으려나
누구의 의지도, 평가도, 바람도 없었다.
그래서 3초의 시간이 허무했던 만큼
자유로웠다.
응차!
그 자유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땅을 짚고 일어나, 손바닥을 탁탁 털고
벗어놓았던 신발을 찾기 위해, 훌훌 뗀 발걸음이
왜인지 가벼웠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자유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신기했다.
뒤이어 떨어진 친구가
조금은 하얘진 얼굴로 물었다.
괜찮았어요?
나도 모르게 힘주어 대답했다
응, 재미있었어!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사람 마음이란 이리도 갈대 같은 걸까
그동안 수도 없이 떨어지면서
그토록 싫어했으면서
고작 한 번, 떨어졌다고
재미있는 일이 되어버린 건가 싶었다.
재미있었다는 나의 대답이 자기 전까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냥 대답한 걸까
정말 재밌던 걸까
진짜 이유가 뭘까.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문득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대에서 떨어지는 거나,
번지점프대에서 떨어지는 거나
비슷했다.
고단하게 시험공부를 하는 것과,
고단하게 계단을 오르는 것이.
떨리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떨리는 숨을 고르는 것이.
그리곤 발을 떼어 떨어지는 것까지.
비슷했다.
다만, 착각하고 있었다.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험은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번지점프는 떨어져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로 잘 알겠다.
떨어져도 된다는 것을.
떨어지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떨어지면 응차 하고 일어나,
툭툭 털고 다시 가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떨어지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