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 속은 까매
바나나에 들어있은 칼륨이
붓기를 빼준다 하는 소리를 주어 듣고는
몸뚱이의 붓기를 빼주려나 싶어,
1주일에 한 번, 바나나 반 송이를 사 온다.
반 송이에 보통 7개가 달려있으니
하루에 하나씩, 일주일 먹기 좋겠다고 생각하고 산다.
그렇게 사온 바나나는
첫날에는 아직 익지 않아, 덜 달고 단단해 먹지 않는다.
둘째 날에 하나 먹어보면 좀 낫고,
그보다 셋째 날이 좀 더 낫다.
이렇게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넷째 날에는 꼭 바쁜 일이 생기던가, 배가 부르던가 먹지 않고 넘어간다.
다섯째 날에 먹을 때는 꽤나 잘 익어서 달게 먹기 좋다.
이렇게 여섯째 날이 되면, 계획했던 것과 달리
4송이의 바나나가 남는다.
이제 매일 한 송이씩 먹어도
마지막 송이는 9일째에 먹게 되는데
이때쯤 되면 까맣게 물러버린 바나나가 보기조차 싫어진다.
그래도 버리기는 아까워
다 물러버린 바나나를 까서 입에 넣으면 느낄 때가 있다.
지금까지 바나나 중에 가장 달고 깊은 맛이라는 것을.
9일 동안 선택을 받지 못한 마지막 송이는
그렇게 홀로 익어가며
단단했던 과육도 물러지고
샛노랗던 껍질도 검어지고
단순하게 떫었던 맛도
달고도 깊게 익어가고 있었다.
보기 좋은 떡은 먹기에 좋다 하지만
보기 싫게 생긴 바나나는 맛이 좋다.
맛 좋은 바나나가 되고 싶었다.
9일 동안 아무 관심 없이도
혼자 익은, 그런 바나나
나는 아직도 단순하고 떫으려나
아니면 조금은 익어,
조금은 달고도 깊어졌으려나.
맛 좋은 바나나
적당히 익었을 때 드세요!
음.. 사실 9일은 과해요.
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riped-banana-on-pink-surface-sf_1ZDA1YF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