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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좋을 때

어디 있으려나.

by 끼리

애매하기 짝이 없는 없는 나에게조차
항상 좋은 말을 해주는
열하고도 두 살 차이의 선생님 같은 사람이 있다.

암만 봐도
결점을 찾기 힘든
좋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내가 고민하거나 걱정하고 있을 때,
꼭 그러지 않고 있을 때라도,

간혹 만나면 해주는 말이 있다.

가령 수능을 보고 난 후,
대학을 졸업할 때,
첫 회사를 그만두고,
아니면 서른이 되기 전.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가야 할 때.

어떤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될지 예상하기도 어려울 때.

나의 처음을 앞둔 때마다.


좋을 때야, 그때가 좋을 때야
뭐든 하고 싶은 거 해
그때가 하기 좋을 때야


사실, 저 얘기를 들었을 때엔
좋은 때라는 생각보단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먼저였다.


하지만 그 시기를 십여 년을 먼저 겪은 사람이 생각했을 땐,
그때는 정말 좋을 때였나 보다.
하긴 나도 돌아보면 저 때가 정말 좋을 때였다.

저 때 하고프던 일들은
지금은 못하게 되기도 했고,
해선 안 되는 일이 되기도 하고,
누가 먼저 하기도 했으며,
미루고 하지 못해 아쉬웠던 일이 그득하다.


어쩌면 '오늘'
무언갈 하기 좋을 때 일지도 모른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뭐라도 해야겠다.


오늘은, 뭐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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